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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쟁과 헤어질 결심, 차별화
작성일 2024-05-24 조회수 858
경쟁과 헤어질 결심, 차별화

2024-05-24 858


경쟁과 헤어질 결심 , 차별화

 

  하루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브랜드의 탄생과 소멸이 반복되는 브랜드 과잉의 시대 , 성공보다 생존을 상수에 두어야만 하는 치킨게임의 연속이다 . 모든 브랜드가 앞다투어 강조하는 차별화는 어쩌면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과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차별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차별화에 대한 단상

차별화의 여러 정의 중 가장 명확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을 꼽자면 , ‘ 내부로부터 진입장벽을 쌓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함을 만드는 것 이라 할 수 있다 . 스티브 잡스는 이제 더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애플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요소들로 진입장벽을 높여 대표성이라는 브랜드 자산을 가져갔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두가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다 . 그가 건넨 탁월함의 인사이트는 더 잘 만드는 것조차 만만치 않은 현실과 조우하는 순간 그저 추앙이 되기 십상이다 .  

그런데 이런 추앙을 넘어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 극고 끝에 획득한 차별성과 희소성을 얼마나 오래 점유할 수 있는가에 있다 . 아무리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라 자부하던 차별적 우위요소라 해도 영원히 불가침 영역에 머물며 군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대부분의 레이트 무버 (Late Mover, 후발기업 ) 들은 소구력이 높은 선점사의 차별화 요소를 어떻게든 따라 잡음으로써 ,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균형을 맞추는데 일차적 목표를 둔다 . 자사 제품의 개선보완을 통해 목표수준에 도달했다면 , 본격적인 경쟁은 마케팅에 맡긴다 . 패스트 팔로워 (Fast Follower) 전략을 차용하는 레이트 무버들은 물리적 차별화 우위쯤은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테크니컬 마케팅에 익숙해져 있다 . 특히 대표성 결여로 인해 팬덤의 비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차별성의 유효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 ‘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이 아닌 , 더 나은 품질을 가졌다고 인식되는 제품이 승자 라는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의 주장이 실제 시장에서 빈번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

퍼스트 무버 (First Mover, 선도기업 ) 의 창의적 차별성은 제품은 물론 시장 자체의 가치수준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갖는다 . 그러나 이는 경쟁수준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차별적 결정요소의 평준화를 야기하는 역설적 아이러니를 동시포괄하고 있다 . 차별화는 경쟁수준의 불균형 상황 , 즉 차이가 존재할 때 제 기능을 수행한다 . 이러한 차이의 유의미성을 배제한 채 , 상호 간극 축소에만 역량이 집중된다면 결국 제한된 파이마저 축소시키는 동족포식의 브랜드 카니발리즘 (Cannibalism) 이 만연될 뿐이다 .

 

그렇다면 소모적 균형을 회피할 수 있는 본질적인 차별화는 불가능한 과제일까 ?

만약 경쟁수준의 불균형을 지향하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여겨진다면 , 이는 차별화를 경쟁을 위한 무기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 차별화는 제한된 파이 안에서 경쟁자들과 싸우기 위해 남다른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 차별화의 진정한 목적은 우리의 가치가 경쟁 없이 선택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며 , 차별화 전략은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위치화 (Positioning) 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차별화의 핵심은 이처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닌 , ‘ 경쟁하지 않는 것 에 방점이 있다 .

 

  뺏고 빼앗기는 경쟁적 사고의 탈피 , ‘ 비경쟁 을 통한 경쟁

  동종업계 시장규모가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은 상대방의 파이를 빼앗고자 하는 탈취의 목적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 이 같은 태도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비윤리적 행위마저 마다하지 않는 파괴적 유사교환가치 지향을 유도한다 . 이는 경쟁수준의 물리적 차이로 인해 소비자가 나의 제품 대신 경쟁사의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기저현상이라 할 수 있다 .

거시적 경쟁을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외면을 무조건 회피하고자 하는 자발적 방어기제를 생성하는 것이다 . 이러한 방어기제는 구매 시 최우선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결정속성과 자사의 제품특성을 동기화시킴으로써 , 고유성과 차별성을 스스로 제거하는 패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

앞서 언급했듯 차별화 효과는 경쟁수준의 차이가 존재할 때 비로소 발현된다 . 인지 가능한 차이가 배제된 제품 , 즉 결정속성이 동일한 제품을 중복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다 .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났을 뿐 , 결국 나와 경쟁사 중 누가 선택되더라도 파이가 확대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 이러한 소모적 균형이 반복된다면 시장의 파이는 그저 정체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국 동종잠식에 의한 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 .

 

오니츠카 타이거의 런닝화 중개영업사에 불과하던 나이키가 당시 미국 운동화 시장 점유율 1 위 아디다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 아디다스가 지배하는 파이를 빼앗는데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나이키는 오히려 아디다스가 무시하던 영역에 주목했다 . 건강에 대한 미국인들의 수요 변화를 읽어 낸 나이키는 당시 조깅을 스포츠로조차 취급하지 않았던 아디다스와 달리 , 빌 바우먼의 연구를 매개로 조깅의 의학적 우수성을 모든 연령대의 미국인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창출의 타당성 확보에 주력했다 . 지금까지도 최고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중 하나로 불리는 ‘JUST DO IT' 캠페인은 나이키 역사에 있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런닝화 시장확대의 기폭제가 되어주었고 , 이후 러닝화의 대명사를 아식스에서 나이키로 바꿔 놓았다 .

 

 

  나이키 공동창업자 빌 바우먼 ( ) 과 그의 공저서 초판 표지 ( ) l 사진출처 =Nike, Internet Archive

 

 

아디다스의 위력과 맞서기보다 경쟁 없이 선택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을 만들어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포지셔닝 자체의 차별화 를 선택한 나이키는 , 핵심매개인 조깅의 운동효과와 코르테즈의 기능성 동기화에 기술력을 집중했으며 , 이를 더욱 뾰족하게 만드는 마케팅 세계관을 구축함으로써 차별화와 시장창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

 

아마존 북스에 맞선 반스앤노블의 차별화 전략 또한 나이키 사례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온라인 서점이라는 혁신 플랫폼을 등장시킨 아마존 북스는 빅데이터 기반의 편리한 인덱스 , 낮은 가격 , 당일배송 시스템 등을 앞세워 도서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갔다 . ‘ 아마존 북스에서 책을 사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표방하며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 북스의 파상 공세에 소형서점들은 물론 보더스나 반스앤노블 같은 기존의 대형서점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다 . 견디다 못한 보더스가 파산한 이후 ,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반스앤노블 역시 주가총액 80% 하락의 고비를 맞으면서 결국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작은 동네서점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던 대형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의 과거 행보가 아마존 북스에 의해 공수가 바뀐 채 다시 재현된 것이다 . 반스앤노블은 이미 온라인으로 재편된 도서시장에서의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업 등으로 신규사업을 확장했지만 , 2018 년 약 1 2,550 만 달러의 순손실을 남기며 아마존 북스와의 경쟁에서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 그렇게 꺼져가던 반스앤노블의 불씨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 불리던 던트북스 창업자 제임스 던트가 영입되면서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다 . 그는 대형서점이 성공하기 위한 비결은 , 대형서점이 되지 않는 것 이라는 신념 아래 아마존 북스와의 직접적인 경쟁으로부터 탈피하기 시작했다 . 우선 도서 판매 하락으로 늘어났던 생활잡화 진열대를 제거하고 서점의 본질에 집중한 인스토어 머천다이징을 구성했다 . 또한 매니저에게 지점별 취급도서 및 서가 진열방식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 각 지점의 지역 정서와 특성이 독립적으로 커스터마이징 될 수 있도록 했다 . 특히 출판사 주도 하에 이루어지던 매대 광고를 중단하고 독자 선호도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은 광고수익 감소 이상의 수익개선을 이끌어 냈다 . 지역 주민들과의 친밀도 향상을 위해 인근 거주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 직원들의 추천도서에 직접 쓴 손글씨 메모를 부착해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도 주효했다 . 꾸준히 늘어나는 반스앤노블의 새로운 매장들 가운데 폐점한 아마존 북스의 오프라인 매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그들이 걷고 있는 회복의 여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

사라질 위기에 내몰렸던 반스앤노블의 드라마틱한 반전은 상대의 파이를 빼앗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경쟁적 사고로부터의 탈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대형서점이라는 포지셔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인디서점으로의 개념적 회귀를 단행함으로써 , ‘ 서점은 뜻밖의 행운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 , 그것이 온라인이 따라할 수 없는 것 이라는 비경쟁 구도를 개척한 것이다 . 이는 우세한 방식을 추종하지 않는 동종업계 간 경쟁력 불균형 강화를 통한 비경쟁의 경쟁 이 오히려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리의 새로운 전략은 인디서점처럼 행동하는 것 ’ - 반스앤노블 CEO, 제임스 던 l 진출 =Branding Strategy Insider

 

 

책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사유를 잇는 다리와도 같다 . 반스앤노블은 아마존이 제공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과 책의 본질을 매개로 그들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경쟁하지 않는 경쟁을 선택했다 . 만약 그들이 아마존 북스와 끝까지 균형을 맞추며 맞대응을 고집했다면 , 반스앤노블은 그저 케이스 스터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실패사례의 이름이었을지 모른다 .

 

경쟁하지 않는 차별화의 아성 , 퍼플오션

  비경쟁을 통한 차별화가 우리의 선택이라면 , 레드오션은 정말 가지 말아야 할 길일까 ? 차별성의 확보가 반드시 경쟁 없이 승리할 수 있는 블루오션의 발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반면 소비자 트래픽과 자본이 집중되는 시장의 본류는 레드오션이다 . 따라서 무조건적인 레드오션 회피를 최선의 비경쟁 전략으로 인식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 비경쟁 차별화의 쟁점은 레드오션의 회피도 블루오션의 발굴도 아닌 , 퍼플오션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접근된다 . 흔히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교집합으로 퍼플오션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 퍼플오션은 레드오션 내부로부터 생성되어 블루오션으로 독립되어 가는 차별화 시장의 진화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는 비경쟁 차별화를 위한 최적의 출발점이 다름 아닌 레드오션 안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퍼플오션 창출의 핵심은 미충족 수요 (Unmet Needs)’ 의 발견에 있다 .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 심지어 전자들이 경쟁하는 시장마저 완전치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 우리의 표적 고객들이 그동안 타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는 미처 충족 받지 못했던 욕구 또는 그들조차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숨겨진 수요를 찾아 채워줌으로써 , 우리의 고유한 USP 가 그들의 최우선 구매결정속성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분해와 결합 , 융합과 통섭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세그멘테이션의 일상화 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 같은 세분화 과정을 통해 소비 여정에서 겪었을지 모를 불편하고 아쉬웠던 지점들을 발견하고 선제적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 주류 수요의 탈취적 균형보다 경쟁력 있는 불균형의 차별적 가치를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

 

  소비 관성을 존중하는 다름의 미학

  경쟁하지 않는 것 은 생각보다 어렵다 . 온전한 비경쟁의 경쟁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주류 수요와 경쟁하지 않아도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효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상대와의 불균형이 제공하는 차이를 만드는 것은 주류 수요와 균형을 맞추고 유지하는 것보다 더 큰 고뇌가 수반된다 . 이러한 심리적 중압감은 세상에 없던 특별한 무언가를 탄생시켜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다 . 물론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그것은 분명 견줄 대상이 없는 희소성을 가질 것이다 . 그러나 이 같은 특별함은 자칫 수요 없는 공급이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 차별화에 대한 지나친 강박은 필요에 역행하는 타겟 담보의 오류 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 무조건 다른 것 을 내놓아야만 차별화가 실현된다는 편향적 사고에 매몰될수록 , 소비자 관점이 아닌 공급자 관점에서의 일방향적 희소성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

인간의 소비에는 익숙함에 의지하는 관성이 존재한다 . ‘ 다름 다움 의 범주 안에서 변주될 때 , 관성의 텃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퍼플오션이 추구하는 미충족된 수요를 채운다 . 다를 수만 있다면 낯선 것쯤은 문제될 것 없다는 우리의 기대는 생경함의 외면 앞에 보기 좋게 무너지기 일쑤다 . 차별화는 무작정한 특이함이 아닌 우리 브랜드의 메타인지와 소비 관성의 익숙함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 어딘가 모를 친밀함의 다움 안에 어색함 없이 녹아들어 있을 때 , 그제서야 새롭다 .

   

김정훈  

광고홍보학 박사

, 비앤피브릿지컨설팅 대표

, 서울경제진흥원 광역소공인특화지원센터장

, 오산대학교 슈즈패션산업과 겸임교수

, 서울수제화아카데미 초대원장

, 체사레파조티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