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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생에너지 거래, 글로벌 흐름에 동참해야"
작성일 2023-09-14 조회수 706
"재생에너지 거래, 글로벌 흐름에 동참해야"

2023-09-14 706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외의 압력은 높아가는데 불확실성은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
"
지난 11일부터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이사장 우태희) 주최로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Korea RE-Sourcing Forum 2023'에 참석한 한 재생에너지 전문가의 진단이다.
포럼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 지원을 목표로 2019년 설립된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이슈와 트랜드 소개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했다.

포럼에는 국내외 재생에너지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금융기관, 로펌, NGO, 학계,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입안자 등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포럼에는 총 36개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들은 2박3일간 재생에너지 전반에 대한 수요와 공급망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과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고비용과 정책적 불확실성, 여전히 더딘 주민수용성, 금리인상에 따른 비용부담 등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에 적지 않은 걱정과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포럼을 주관한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전 RE100 한국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국내 대기업 34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으며 이들 기업의 전력량은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진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를 자유롭고,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 조성이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들이 수요자들이 적기에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국가차원의 수출이나 투자, 고용창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포럼 참석자들의 관심사 중의 하나는 글로벌 동향과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및 공급망의 부조화 문제였다.
글로벌 기업의 RE100 요구와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과 시장의 대응은 현실과 다소 격차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빅테크 거래 기업이 예전에는 권고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프로그램을 요구하면서 압박감이 크다""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과정의 절차가 간소화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따라 잡기 힘들다""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거래 구조가 여전히 단선적이고 획일화 되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단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8천704GWh(기가와트시)로 2021년 사용량 5천278GWh보다 65%가량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삼성전자의 5년간 평균 재생에너지 사용증가율은 59%에 달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RE100 참여를 서두르고 강한 실행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이 재생에너지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변화는 매우 가파르다.

포럼에서 발표된 글로벌 기업들의 트렌드는 이같은 우려가 단순히 걱정에 그치지 않고 현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강수지 ACEC 아시아 프로그램 디렉터는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RE100에 가입한 400개 회원사 중 58%가 아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 투자될 금액이 원화 기준으로 약 1천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강 디렉터는 "재생에너지 수요가 공급 능력을 한참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제약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2022년 11월 애플 구글 메타 나이키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합체(ACEC)를 구성하여 '공급망 기후 액션 프로그램'을 개설, 공급망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ACEC는 향후 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을 중점 활동 국가로 선정하고 기업들이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규제 개혁과 정책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선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자사 협력업체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요구수준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생에너지 정책'발표에 따르면 애플의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순(Net) 배출이 '0'인 'Net Zero'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제조 협력사들에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대한 실적을 매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진행 실적을 단계별로 구분해 모니터링 중이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소극적인 협력업체는 불이익을 피할수 없다.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높은 수준의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47억 달러 규모의 그린펀드를 조성해 협력업체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지원해 중국의 70개, 일본의 34개 협력업체가 100%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18개 기업이 애플 협력업체 재생에너지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국내기업들도 LG이노텍과 하이닉스가 제조현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추는 등 목표 달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30년 공급망 30%에 대한 탄소중립 달성을 내건 나이키는 ▲지속적인 효율 향상 ▲태양광 자가발전설비 구축 ▲PPA와 같은 재생에너지 전략 조달 ▲궁극적인 저탄소 연료 전환 등 4개 전략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협력업체의 지속적인 정보 공시를 요청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인 이케아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1천600여개 협력업체들에게 65억 유로 투자를 목표로 본사차원의 투자를 비롯해 지분투자, PPL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내부 정책을 시행한 결과, 2021년 기준 이케아의 매장과 사무실, 공장, 창고, 기타 운영시설에서 자가발전설비 및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해 일찌감치 51%의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아마존이 37개 풍력, 태양광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지난해 30% 가까이 늘리는 등 2021년 전세계 전략구매계약(PPA)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기업들은 한 해 동안 31.1기가와트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RE 100 확대로 인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구매 금액과 규모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GM의 에너지 전략과 공급망 정책'(테일러 실스 전략엔지니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계약을 맺고 전력을 직접 거래하는 PPA를 통해 구매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31.1GW(기가와트)로 전년(25.1GW) 대비 약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새 무려 7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미주의 경우 20.3GW로 전 세계의 65.2%를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테일러 GM 전략엔지니어는 "미국에서 PPA 중심의 재생에너지 거래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아직은 협력업체 대한 재생에너지 참여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인 참여가 불가피한 조항을 신설 검토 중이고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는 계약서 등을 통해 그린에너지 사용에 따른 공동의 수익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은 90% 이상이 전기 소비자가 한전에 기존 전기요금에 프리미엄을 추가로 납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이용 중이다.

국내 RE100 이행수단은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지분 투자 ▲자가 발전 ▲직접 PPA 등의 6개 수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녹색프리미엄 외에는 여전히 걸음마 신세에 불과하다.

2022년 6 월 기준 상대적으로 높은 직접 PPA 와 제3자 PPA 거래기업은 각 1건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업부 이재식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포럼 축사에서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2년까지 180TWh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며 "국제정세의 불안 등으로 올해부터 태양광 RPS 입찰가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20년 고정가격 기준으로 화석연료에 비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이득이 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PPA에 대한 기업 수요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산업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일관된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이 과장은 "정부도 REC가격이 너무 높아 이를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중이고 다른 나라처럼 경쟁을 통해 비용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시장이 변화가 많은 시기이나 정부의 정책방향이 글로벌 방향을 감안해 공급은 늘리고 가격을 다운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 과장은"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태양광 위주로 재생에너지의 주력전원으로 자리잡은 특수성이 있다.
풍력 등 다른 에너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등 RE100 지원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지자체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10여개 이상 공개됐다.
경기도 전남도 제주도 등이 에너지 효율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투자촉진, 보급사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를 발표한 황준호 보성산업 스마트시티개발본부장은 "재생에너지 전략 공급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원하는 '물량'을, 원하는'조건'과'시기'에 공급하겠다"며 "전라남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내 최초의 친환경 RE100 데이터센터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는 최대 10조원 규모로 40MW(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25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금번 포럼은 지난해에 비해 글로벌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고 RE100과 관련한'로드맵 수립''조달 기술과 모댈''프로젝트 파이낸싱''이행 보고 작성'등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되면서 한층 행사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포럼은 재생에너지 참여자들의 글로벌 동향에 대한 정보 갈증을 일정 부분 채울 수 있는 기회였다.
포럼에서 등장한 주요 이슈들이 시장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시그널을 주고 글로벌 동향에 걸맞은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다.

장현철 전 을지대 초빙교수·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부사장 


 

[2023-09-12 무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