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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물관이 살아있다 (대구섬유박물관편)
작성일 2023-08-31 조회수 439
박물관이 살아있다 (대구섬유박물관편)

2023-08-31 439


지속 가능한 옷은 무엇은 무엇일까. 대구섬유박물관 기획 전시에 가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드는 옷이나 내가 오래 잘 입을 만한 마음에 드는 옷을 떠올렸지만 답은 아니었다.

답은 지금 내 옷장에 있는 옷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과는 달리 옷이 풍족한 요즘, 패스트 패션의 유행에 휩쓸려 한번 입은 옷들은 금방 옷장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그 결과 많은 의류폐기물들이 발생한다. 대구섬유박물관의 기획전시 [최소한의 옷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옷장 안의 옷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1층에서 진행중인 기획전시는 다른 기획전시나 미술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거울이 곳곳에 있고 끝에는 양면이 거울로 된 공간도 있었는데, 이런 공간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사진을 찍는 포토 존의 역할로도 훌륭하였으나 기획전시의 주제인 본인의 옷을 직접 비추어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입구에 있는 [최소한의 인증샷] 부스를 이용하면 스티커로 된 포토 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또한 관람객들에게 인상적인 기념품이 될 것 같았다.

 

3층부터는 대구 섬유 산업의 역사부터 신소재 섬유 그리고 각종 섬유의 특징들이 잘 설명되어 있었다. 섬유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카드를 직접 넣으면 표면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특히 미래섬유, 신소재 섬유에 관해서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디자인하고 결과물을 볼 수 있는 터치 패널들이 많아 미래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소리에 반응하는 의류는 입구에서부터 박수를 쳐 섬유의 변화를 관찰 할 수 있었는데 여러 아이들이 둘러 모여 박수를 치며 신기해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체험의 특성상 여러 명이 동시에 진행 하기가 어려운데 이 소리 섬유의 경우에는 어느 자리에서도 관람객들이 동시에 체험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1층 섬유 만들기 체험 할 수 있는 곳과 2층에 있는 어린이 체험관은 예약 체험을 하고 온 아이들도 활성화 되어있었다. 전반적으로 가족 단위, 아이들이 많은 박물관이었다.

 

섬유박물관에서의 관람은  섬유 산업의 규모와 그 진가를 몸으로 느끼고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만큼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 그리고 장인 정신으로 산업이 유지되고 발전 되어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매번 새롭게 바뀌고 이어지고 있는 대구 섬유박물관의 기획전시가 마치 섬유 산업이 지금까지도 살아있음을, 살아 움직이는 산업임을 알게 해 준다.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의류에 대해 대중을 향해 여러 물음을 던지며 소통하는 산업이야 말로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지는 성장 산업이 될 것 이다.

 

마지막으로 이때까지 가왔던 많은 현대미술관, 기획전, 작가 전, 박람회, 국공립, 시립 미술관들 중 대구 섬유 박물관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단연 박물관 직원분들의 태도와 자세였다. 부산의 신발관과 비교 기사를 쓰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 했으나 그분들의 태도를 보고는 짐짓 진지한 마음으로 전시를 임하게 되었다. 그저 의례적으로 티켓을 끊어주고 관람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귀한 손님에게 대구의 섬유 산업을 설명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간 곳은 대구의 섬유 시장을 담아 놓은 박물관이었지만 마치 정말 대구 섬유 산업의 중심으로 내가 들어가 소중한 배움을 받는 기분을 받았다. 여러 전시를 다녔지만 입구에서부터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신 곳은 처음이었다. 전시를 마치고 가는 길까지 안내를 받으며 , 이런 것이 장인정신인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문화공간이라는 것은 이러한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한 친절함이나 대접받고 대접해주는 서비스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그 공간을 나오는 그 순간 까지가 모두 문화공간이어야 한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에 몰입 시키고 싶다면 말이다. 나는 그 공간의 모든 퍼포먼스를 섬유박물관의 생동감, 하나의 흐름으로 느꼈고 입구에 있는 빨간 실타래 조형물처럼 돌돌돌 굴러가는 실타래를 쫓아가는 기분으로 전시에 몰입했다. 그 결과 그 다음 기획전시가 열린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대구섬유박물관은 완성도가 높지만 또 관람객을 궁금하게 한다.

 

부산의 한국신발관의 경우와 비교해본다면 신발관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체험을 위한 장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몰입도가 섬유박물관 만큼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물론 그 공간의 규모나 프로그램의 정도 등등 부산의 신발관이 대구의 섬유박물관과 비교하기에 불리한 조건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본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신발관에는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몰입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나, 부산의 신발 산업의 생동력, 살아있음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은 보완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신발관의 보완점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 한다.

 

신발진흥센터 건물에 신발 전시회가 포함된 것인지, 한국 신발관이라는 그 문화복합 공간에 진흥센터가 들어와 있는 것인지. 전자라면 건물의 남는 공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전시장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목적에 따라서는 전자가 맞을 수도 있다. 다만 한국 신발관의 전시공간을 몰입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 부분은 큰 한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섬유박물관의 경우에도 그 주변 공간과 부지를 관련 산업을 위해 활용하고 있었으나 박물관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고유의 목적은 잘 보존하고 있었다. 그저 하나의 건물에 속해 있는 전시관에서 과연 아이들이 부산 신발 산업의 살아 숨쉬는 역동감을 느낄 수 있을까.

 

 

 

전시의 핵심은 관람객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자로 그림의 나열로 대중을 설득시키는 전시는 살아있지 않다. 생각하게 만들고 질문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중이 상상하고 대답하고 새로운 것을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닐까. 한국 신발관이 하루 체험공간이 아니라 꿈을 꾸게 만드는 넓은 도약판이 되기를. 부산의 신발 산업도 다시 한번 도약하여 숨 쉬기를. 살아있는 산업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