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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키, 아마존 철수하고도 실적 '날개'…고객과 직접 만남 통했다
작성일 2023-04-10 조회수 1012
나이키, 아마존 철수하고도 실적 '날개'…고객과 직접 만남 통했다

2023-04-10 1012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2019년 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철수를 선언한 지 3년3개월 만에 예상 밖 호실적을 냈다. 

안정된 판매 채널을 통해 판매하지 않고 직접 고객과 만나겠다는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당시만 해도 우려가 컸다.
나이키가 전략을 바꾸게 된 계기는 2016년 성장률이 꺾이면서다. 북미 시장에선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었다. 전 세계 1위 지위를 이어가는 게 불투명했다.
결국 나이키는 글로벌 세일즈 전략을 변경했다.


◆나이키의 실험적 도전

전 세계 어패럴 브랜드 1위의 가치를 보유한 나이키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2일 미국 경제 종합 미디어그룹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2분기(2022년 9~11월)에 이어 최근 발표된 3분기 매출액(2022년 12월~2023년 2월)은 123억9천만달러(약 15조8천700억원)다. 전년 동기(114억7천만달러·약 15조257억원)대비 14%포인트 늘었다.

나이키의 전략이 먹힌 건 지난해부터다.
2019 회계연도 2분기(2019년 9~11월) 매출이 103억달러(약 14조8천423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년 만인 2022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6~8월) 매출은 127억달러(약 18조3천7억원)로 23.3%포인트나 증가했다.

애널리스트 예상을 웃돈 실적은 올렸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순익은 전년 동기(14억달러)에서 11% 줄어든 12억달러로 발표된 데다, 총마진율이 43.3%로 전년 동기보다 3.3%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0.79달러로 시장 기대치인 0.54달러를 40%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초 164.67달러였던 나이키 주가는 1년 새 117.01달러까지 내려갔다.
29%포인트나 하락했다. 올 들어선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110~120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중이다. 지난달 31일 종가는 122.64달러였다.
나이키 주가 하락은 매출총이익률 탓이다.
매출 총이익률은 매출에서 원가를 제한 후 얻어진 이익의 비율이다.
원가가 상승하면 매출 총이익률은 감소한다.
나이키의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43.3%로 전년 동기(46.6%)에 비해 3.3% 감소했다.
수북이 쌓인 재고를 떨어내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쳤고, 달러 가치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매출총이익률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나이키의 주가 하락을 둘러싼 평은 엇갈린다.
하락론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배송, 투입 비용 상승 등 글로벌 경기악화 상황이 지속되면 장기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승론자들은 디지털 채널 회원 증가는 기대치를 넘어섰고 향후 4년간 나이키 성장의 70%를 북미시장 이외에서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주가 상승 잠재력이 높다고 봤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간접비 상승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도매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로의 지속적 전환으로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10년간 EBIT(이자 및 세금 전 수익) 마진이 10% 중반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월가에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112달러→120달러), 도이체방크(126달러→133달러), 구겐하임(135달러→145달러) 등이 나이키의 실적 발표 후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시장 기대치 넘어선 성적
성장률 꺾이자 2019년 결별
2년만에 영업이익마진 회복
경기 악화에도 전망 긍정적

D2C 채택 효과 '일석삼조'
유통업체 지불 수수료 절감
온라인 가짜 상품 문제 개선
양질 소비자 데이터 확보도

◆위기 속 D2C 전략에 나선 까닭

나이키는 'D2C(Direct-To-Consumer)' 채널 구축에 공을 들였다.
D2C는 제조사의 상품이 제조사의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다.
보통 제조사는 상품을 도소매를 하는 유통 업체를 통해 소비자에 판매한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금융 및 유통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유통산업은 모바일과 온라인 채널 특성상 다른 산업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ICT 융합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온라인 유통업계는 새로운 스마트 쇼핑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업자별 가격·상품 경쟁력이 상향 평준화하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사보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키 매출에서 아마존을 비롯한 유통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84%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는 아마존을 통한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에서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우려의 목소리와 당장 마주할 리스크를 뒤로하면서도 나이키가 아마존 전면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은 높은 유통 이윤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수수료는 제조사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높은 유통 수수료 탓에 제조사는 생산 원가 압박을 받게 되고 품질은 떨어지게 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성행하는 가짜제품 문제도 나이키를 압박했다.

나이키가 D2C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 관련 양질의 데이터 확보 때문이다.
나이키는 2019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셀렉트'를 인수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트렌드를 상품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나이키는 2005년 유통·패션 기업 가운데 D2C 전략을 처음 시작하며 이익이 적은 점포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직영점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직접 판매를 늘렸다.
국내에선 2008년부터 손실이 나는 대리점포를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나이키는 2017년 전 세계 12개 주요 도시 전략을 발표했다.
성장을 견인할 세계 핵심 도시를 선정, 상품부터 스토어, 마케팅까지 차별화된 투자와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나이키의 D2C 전략은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일단 경쟁사들에게 뺏긴 온라인 채널에서 시장 점유율을 회수하는 선에 그쳤다.

그러면서 D2C 이커머스 투자에 속도를 냈다.
기술과 이커머스 판매망 서비스 개선에 적극 투자했다.
2019년엔 애플리케이션(앱)과 디지털 구매 기능에 10억달러(약 1조1천8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물류망은 이미 개선된 상태다.
나이키는 계획대로 2025년까지 D2C 판매 비중을 60%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2023-04-08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