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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출 세계 2위'라지만…'불공정피해'속앓이 해온 금형업계
작성일 2022-04-06 조회수 752
'수출 세계 2위'라지만…'불공정피해'속앓이 해온 금형업계

2022-04-06 752


 

'수출 세계 2위, 생산 세계 5위, 기계업종내 최고의 무역수지 흑자 산업….'

 

국내 금형산업의 위상이다.

국내 금형산업의 수출 규모는 2021년 기준 23억2000만달러로 7년째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5대 금형 생산국이다.

작년 무역흑자 역시 22억달러로 기계업종 최고의 흑자규모이며 부품소재 중 유일하게 1998년부터 매년 대일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제품 등 한국이 수출하는 모든 제품의 ‘틀’을 만드는 것이 금형산업이다.

제조업의 근간이라 대표적인 '뿌리산업'으로 통한다.

'메이드인 코리아'제품의 화려한 디자인과 품질 경쟁력의 원천엔 금형산업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나라엠앤디, 에이테크솔루션, 재영솔루텍 등 코스닥 상장사를 비롯해 서연탑메탈, 제일정공, 신라엔지니어링, 삼우코리아 등은 전세계 자동차 가전회사들에 납품하는 국내 대표 금형업체들이다.

부품소재 산업중 유일하게 매년 對日흑자이지만... 금형산업의 화려한 위상과 달리 민낯은 점차 초라해지고 있다.

국내 전체 8700개 금형업체 중 상위 몇개 업체만 잘 나갈뿐 대부분 중·하위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영세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거의 없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8700곳 금형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곳은 19곳(0.2%)에 불과하고 4830곳(55.5%)은 매출이 5억원 미만이다.

전체 금형업체의 83%인 7200곳은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들이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소형 금형업계가 몰린 플라스틱금형 수출의 경우 지난해 12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18.4%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형업계에선 최근 두드러진 '엔저'현상으로 가장 많은 수출국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수출과 세계 각국에서 일본 금형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형업계의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부실한 이유는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문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형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금형산업협동조합의 신용문 이사장(신라그룹 부회장)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대형 금형업체는 공정거래 문화가 정착됐지만 대다수 금형업체가 거래하는 중견·중소기업 발주처 중 상당수는 대금지급 지연, 설계 수정비용 미지급, 계약서 미작성 등의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토로했다.

 

 

"대금 지급 미루기 다반사, 설계 변경도 공짜로..." 중견 중소 발주처가 문제 보통 자동차는 보닛, 루프, 트렁크, 범퍼, 그릴 등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2만~3만 개의 금형이 필요하다.

금형은 고도의 정밀성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만드는 데 3개월에서 1년 6개월가까이 걸린다.

비용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기술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제품 연구·개발(R&D) 시점부터 협업이 필요한 분야다.

 

 

문제는 대표적인 수주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건설 조선 등과 달리 선급금, 중도금, 잔금을 정확하게 나눠주지 않고 납품될 시점에야 선급금을 주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형조합 관계자는 "금형업계에서 납품될때까지 대금을 모두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납품 1년 뒤에 잔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부산 한 금형업체는 한 중견기업이 구두로 금형을 주문해놓고 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빚이 누적돼 부도가 났다.

 

 

계약서 미작성, 대금지급 지연 등 피해사례 뿐만 아니라 미지급 사례도 많다.

특히 발주처가 수시로 사양을 바꿔 주문하면 중간에 만들던 금형을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 보전을 안해주는 피해사례도 많았다.

 

 

수도권 A금형업체는 자동차 내장재를 만드는 한 부품업체로부터 최근 3차례나 설계 변경을 요청받은 끝에 금형을 납품했지만 설계변경에 대한 비용 2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발주처가 '갑'이다보니 '을'입장인 금형업계는 수십년간 이러한 피해에 대해 대응을 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수정 작업지시 비용 등 1억원을 금형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생활용품업체 B사에 과징금 5900만원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금형업계 불공정 피해, 제품과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 커" 금형업계의 피해는 소비자와 가까운 전방산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클 전망이다.

금형업계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R&D투자 여력도 사라져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완성품 제조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금형업체를 찾느라 신제품 개발 기간도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실력있는 국내 금형업체들이 사라지면서 해외에서 금형을 수입하게 되면, 제품 핵심 제조기술 유출 및 수입에 따른 비용상승도 우려된다.

 

 

금형조합은 2020년 8월 공정위에 금형업종 표준하도급 계약서 제정을 요구했고 공정위가 이를 1년 반만에 받아들이면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국내 표준산업분류 1200개 가운데 50번째 공정위 표준하도급 계약서가 제정된 것으로 14개 뿌리업종 중 최초로 시행된 것이다.

 

 

공정위 표준 계약서에는 계약서 작성 의무와 선급금·중도급 지급비율 표시, 금형 사양 구체화 등을 명기했다.

신용문 이사장은 "금형이 없으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가전, 반도체 수출이 불가능할정도로 금형기술은 제조업의 기반 기술이 됐다"며 "공정한 거래는 금형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4-05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