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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가의 60배' 리셀 매물로 나온 운동화… 패션일까 재테크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성일 2021-08-14 조회수 459
'정가의 60배' 리셀 매물로 나온 운동화… 패션일까 재테크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1-08-14459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 ‘덩크로우 서울’. 리셀 플랫폼 ‘크림’ 운동화 한 켤레에 850만원. 최근 한 리셀(재판매) 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나이키의 한정판 제품 ‘덩크로우 서울’이 그 주인공이다.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이 운동화는 빨간색과 푸른색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다른 나이키 운동화와 달리 뒷축에 한글로 ‘나이키’ 세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태극기가 그려진 신발 ‘혀’도 특징이다.

 

 

이 운동화는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출시되더라도 아무나 살 수 없다.

나이키 코리아는 오는 12일 미리 신청한 이들 중 일부를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 신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신발이 버젓이 리셀 사이트에 매물로 등장한 셈이다.

정가가 12만9000원인 신발이 60배가 넘는 가격에 올라온 이유다.

 

 

◆공매도일까 ‘백도어’일까…추측만 무성

 

정식 판매가 시작되지 않은 덩크로우 서울은 어떻게 유출된 것일까. 스니커즈 마니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첫 번째는 일종의 공매도일 것이란 추측이다.

판매자가 제품을 아직 갖고 있지 않으면서 판매글부터 올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도어(Backdoor)’를 통해 흘러나온 물량이라는 의혹도 있다.

백도어는 한정판 운동화가 매장에 입고되면, 해당 매장의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먼저 물량을 빼돌려 자신들이 구매하거나 지인들에게 판매한다는 의미의 은어다.

한정판 운동화에 금세 웃돈이 붙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얼마 전 부산에 위치한 한 나이키 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러한 의심을 더욱 부추겼다.

매장 직원이 한정판 신상 운동화를 리셀 사이트를 통해 개인적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매장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원이 생활고에 시달려 나쁜 마음을 먹고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고 사과하며 “당사자는 공식적으로 퇴사 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덩크로우 서울’의 뒷축에 한글로 ‘나이키’가 새겨진 모습. ‘repgod888’ 인스타그램 캡쳐 ◆수집에 재테크에 시장 급성장…대기업도 주목

 

일련의 사건들은 달라진 운동화 위상을 보여준다.

고가의 미술품처럼 한정판 운동화를 수집하는 이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한정판 운동화의 리셀 규모는 2019년 기준 20억달러에 달한다.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2025년이면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에도 마이클 조던 등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운동화 마케팅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협업의 대상이 전방위로 늘어나면서 수요층도 한층 넓어졌다.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와도 손을 잡는다.

나이키와 디올, 아디다스와 샤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싼 가격에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점에 주목해 소액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도 있다.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영대씨는 “카니예 웨스트나 지드래곤 등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소장품을 보고 관심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제조사가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한정판 마케팅’을 지속하며 리셀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젠 대기업들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해 3월 운동화 전문 거래 플랫폼 ‘크림’을 내놓았다.

올해 1월 크림은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지난해에만 거래액이 2700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자사 모바일뱅킹 앱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소유권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지분 투자’ 서비스를 지난달까지 시범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한정판 운동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오프라인 매장을 차렸다.

 

[2021-08-07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