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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데스크 칼럼] 혁신의 시대, 다시 '부산 기업'
작성일 2021-05-07 조회수 150
[데스크 칼럼] 혁신의 시대, 다시 '부산 기업'

2021-05-07150



 

‘굴지의 대기업 반드시 유치하겠습니다. 

’ 선거 때마다 부산 시민들을 흔든 단골 공약이다.

더는 신선함이나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공약이지만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대기업 유치 공약은 등장했다.

장기간 지역 경제가 역주행만 하다 보니 ‘대기업 한둘만 있었어도 이렇게 추락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희망에 기댄 공약일뿐이었다.

 

 

실제 대기업이 온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숱한 정치인의 장담에도 부산 온다는 대기업은 아직 없다.

긴 세월 애써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면 대기업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성과 없는 대기업 유치 공언들

 

급변의 시기 기업 이전 어려워

 

지역 내 혁신 움직임 주목해야

 

부산 경제 재도약 기대 가능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대기업을 ‘모셔오겠다’고 공언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대기업 사주와 인연이 있다거나 정재계 인맥을 동원하겠다는 정도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정치인의 주장은 오히려 곤혹스럽지 않겠는가.

 

안타깝지만 부산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는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수도권 중소·벤처기업 218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들 기업의 부산·울산·경남 이전 선호도는 27% 정도였다.

대전·세종·충청(57.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소·벤처기업 대상 조사였지만 대기업인들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지금 같은 산업 혁신의 시기에 기업 성장이 아닌 다른 이유로 굳이 이전하려는 기업도 없다.

생존을 걱정하는 일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이런 고민의 깊이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하다.

이전을 결정한다고 해도 미래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언제까지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실도 이런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지역 기업인들 사이에 반도건설과 아이에스동서가 종종 거론된다.

두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즉 대기업 집단 71개사 중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두 기업을 이끈 인물들이 형제인 점도 흥미롭지만 두 기업이 부산에서 건설업을 시작했다 타지로 옮긴 후 더욱 성장했다는 사실이 더 주목받는다.

지역에서는 “부산을 떠나야 대기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넋두리도 나온다.

이쯤되면 대기업 유치는 효과를 넘어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부산 경제 내부에서 진행되는 혁신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더욱 현실적이다.

부산 신발산업이 대표적 ‘혁신 현장’이라고 얘기한다면 쉽사리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엄연한 팩트다.

글로벌 신발 브랜드들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을 칭하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못지않은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이 브랜드가 내놓는 제품은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뛰어넘는다.

운동화 한 켤레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나 하지만 인기리에 팔린다.

세계적 디자이너와의 협업, 새로운 소비자 니즈 창조 등 혁신의 결과다.

이 브랜드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혁신 파트너가 바로 부산 신발 기업들이다.

이들의 눈부신 활약은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통제 때문에 잘 알려지고 있지 않을 뿐, “돈은 신발 기업들이 다 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다른 혁신의 흐름에 올라타려는 부산 기업군도 있는데, 수소산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이다.

적지 않은 기업이 급부상하는 ‘수소 생태계’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수소가 이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부산에도 오래 전부터 생산 현장에서 수소를 다루고, 수소 용기나 운송수단을 제작·판매해 온 기업이 상당수 있다.

조선소나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납품해 온 부품·조선기자재·기계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따라 진행되는 에너지 혁신 흐름의 하나인 수소산업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을 유치해 단기간 부산의 GRDP(지역 내 총생산)를 끌어올리거나 정치인이 이름을 남길 수는 있다.

빛나는 성과이지만 이런 단기 처방만으로 부산 경제 전체를 살릴 순 없다.

지역 경제의 근간이 돼 온 뿌리 산업·굴뚝 산업 내 수많은 기업이 오랜 침체를 딛고 다시 뛸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부산 경제가 혁신의 시기를 맞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의 발언에 주목한다.

그 역시 선거 때 대기업 유치를 내세운 후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부산 대표 상공인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부산 산업구조 혁신을 위해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적확한 해법 제시라고 평가하며 짧은 임기이
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5-03,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