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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짝퉁 챔피온 운동화·슬리퍼, 국내 시장서 사라진 이유
작성일 2021-05-07 조회수 150
짝퉁 챔피온 운동화·슬리퍼, 국내 시장서 사라진 이유

2021-05-07150






 

 

챔피온(Champion)은 1919년 설립돼 100여년 역사의 글로벌 스포츠캐주얼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의류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챔피온 운동화와 슬리퍼 등 신발류는 판매되지 않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약하던 1990년대 초 국내 한 신발업체가 글씨체만 다르게 한 'Champion'이라는 영문 상표와 영문 'C'를 도안화한 상표를 먼저 등록했다.

상표법이 정비돼 최근엔 해외 유명상표를 모방한 경우엔 등록이 거절되지만 당시엔 먼저 출원하면 해외 유명상표를 흉내내더라도 상표권을 가질 수 있었다.

 

 

챔피온 상표를 신발류에 지정해 등록했던 A사가 운동화와 슬리퍼류를 판매했기 때문에 챔피온 본사는 국내에서 신발류를 아예 판매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혼동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팔리던 챔피온 운동화나 슬리퍼류는 해외직구가 아니라면 모두 짝퉁이었다.

 

 

흑백 'Champion' 상표 등록해 운동화 팔던 업체, 컬러 상표 몰래 쓰다가 아예 '등록취소' 당해

그런데 A사가 2017년 8월 한 개인업체 B사와 챔피온 상표를 쓴 신발류의 기획, 제조 및 온라인 유통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뒤, 2018년 2월경부터 중국 하청업체들에 의해 생산된 짝퉁 신발들이 수입돼 네이버스토어와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챔피온 본사에겐 반전의 기회가 왔다.

 

 

그전까진 A사가 '흑백'으로 등록한 챔피온 영문 상표와 로고를 사용해 신발류를 제조했는데, B사가 중국업체를 통해 제조해 들여온 신발류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입힌 '컬러' 로고를 사용해 챔피온 본사가 사용하는 진짜 상표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A사가 짝퉁 컬러 상표를 사용해 신발류를 대량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챔피온 본사의 국내 대리인인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모니터링에 의해 발견됐다.

국내 론칭 초기부터 챔피온을 대리해 온 김앤장은 A사가 챔피온 본사의 신발류 국내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단 점에서 A사의 상표권 침해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챔피온 본사는 A사가 모방 등록상표에 컬러를 입혀 실제 챔피온 상표와 극히 유사하게 변형해 사용했단 점을 근거로 A사의 기존 등록 상표를 취소해달라는 취소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상표법은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거나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엔 등록상표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사 측은 △등록상표의 글씨체만 일부 변형한 것은 자신들의 등록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사용된 것이고, △챔피온 본사 상표들과 자신들이 B사를 통해 사용한 상표들은 'C' 부분의 철자가 도안화되어 있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고,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이나 판매 장소 및 수요자 범위도 서로 달라 상품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의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특허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허심판원은 "A사가 사용한 컬러상표들은 그 모양 및 색채가 챔피온 본사 상표들과 거의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고, 비록 영문자 구성이 다르더라도 일반수요자들에게는 'Champion'으로 널리 인식돼 동일하게 '챔피온'으로 호칭 및 관념될 것"이라며 "결국 A사의 실사용상표들은 외관에서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챔피온 본사 상표가 쉽게 연상될 수 있도록 A사의 기존 등록상표를 변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사는 B사에 의해 중국에서 생산된 신발류에 사용된 상표들이 챔피온 본사 상품과 혼동을 일으킨다고 보더라도, 외부업체인 B사의 실수이거나 중국 업체들의 임의 사용이므로 고의가 없고 책임도 없다고도 주장했으나 이 역시 특허심판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심판원은 "A사가 고의로 신발류에 챔피온 본사의 컬러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거래자나 수요자로 하여금 오인·혼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결국 특허심판원은 A사가 30여년 갖고있던 'Champion' 흑백 로고와 영문 'C'를 도안화한 상표까지 두 건의 등록상표를 취소하는 심결을 2019년 12월 내렸다.

이에 A사가 불복하고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법원도 지난해 말 청구를 기각하고 챔피온 본사 손을 들어줬다.

 

 

 

'짝퉁' 상표 붙인 챔피온 신발류 국내 시장서 사라져…챔피온 브랜드 '진퉁' 운동화 국내 정상 판매 앞둬

 

특허법원 재판부는 A사의 네이버스토어 판매 페이지에 남겨진 고객 Q&A 게시글들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고객들은 '짝퉁티 너무나요. 애들 안 신고 다녀서 그냥 있어요.', '배송받고 신자마자 발볼 부분 우지직 뜯어져서 지금 걸레짝 마냥구석지에 쳐 박아 놓았습니다.

절대 사지 마세요. 이상한 가루도 묻어나고 제가 보기엔 짝퉁임' 등의 후기를 남겼다.

재판부는 이러한 고객 후기들을 근거로 A사와는 구별되게 고객들이 챔피온 본사를 정품 출처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챔피온 본사의 존재를 고객들이 알고 있으므로 A사가 신발류에 컬러 로고를 사용해 유사 상표를 쓸 경우 혼동과 오인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A사가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특허법원 판결은 올 초 확정됐다.

 

 

이 판결로 국내에서 팔리던 중국에서 들여온 짝퉁 챔피온 신발류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부 신발상점과 오픈마켓에서 A사의 과거 흑백 상표를 이용한 제품을 팔고 있지만, 흑백상표에 관한 상표권이 법원 판결로 등록취소됐고 챔피온 상표의 주지성이 인정된 이상 이 재고를 파는 것도 현행법상 불법이다.

 

 

챔피온 본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챔피온 로고를 모방한 신발류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었고 앞으로 챔피온 브랜드에 걸맞는 최고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04-28,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