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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칼럼]신발 브랜드,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
작성일 | 2025-05-28 | 조회수 | 127 |
[칼럼]신발 브랜드,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2025-05-28 127
신발 브랜드,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전편에서 우리가 신발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로 미디어를 통한 대기업과 빅브랜드의 변형된 시장 독점에 대한 말을 했다. 자본주의 구조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본의 규모가 작거나 희소하면 자유로운 선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이나 조직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한다지만 실제 자산의 차이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다시 말하지만 자본주의의 한계나 모순을 말하며 불평하는 게 아니다. 경쟁과 시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기 하는 말이다. 자산이 적으니 작은 실패라도 해서는 안될 상황이 대부분인 작은 우리기 때문이다. 변동기가 아니라 질서가 구축된 시대에는 후발 브랜드가 경쟁 우위나 차별화를 도모하기는 정말 어렵다. 작은 브랜드는 더 그렇다.
최근 미디어 관련해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요식업 사업가가 있다. 그는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신의 회사를 상장했으며 많은 돈도 벌었다. 대중은 미디어 속 그를 믿었고, 그를 추종했으며, 착한 자본가로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의 사업 내용이 여과 없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비난과 질책을 시작했다. 그의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온 미디어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그에게 속았다고 말한다.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이미지의 조작에도 말이다.
[출처 : Envato Elements / 미디어(카메라). 대체로 크고 강한 것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조작 VS 진실 소구
개인 미디어의 출현과 성장에 따라 작은 브랜드에 대한 기회가 왔다는 정보와 함께 SNS를 활용한 브랜드 구축에 대한 정보는 홍수를 이룰 정도로 많아졌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이 전해졌고, 그것을 대행하는 업체도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작은 브랜드의 성공적인 브랜딩 소식은 듣기 어렵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작은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가 언급됨에도 말이다.
고비용의 전통 광고에 비해 SNS 광고는 소액으로 노출, 관심, 공감구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연결하고 타겟 세분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를 활용해서 장기간 브랜딩이 이어지고 있는 작은 브랜드는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콘텐츠 때문이다.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물려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지만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작은 업체는 자금의 여력이 없고,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기도 쉽다.
대다수 SNS의 콘텐츠는 지속 가능한 가치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추구하는 문제와 함께 종종 과장이나 과대 포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시각적 충격, 재미, 감정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지만 이런 과정은 브랜드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위적 댓글로는 장기적인 신뢰를 얻기 힘들고, 이미지의 조작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한때 요식업의 선구자로 취급받던 사업가는 이미지 조작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는 요리에 대한 만능이라는 이미지 조작을 미디어를 통해 이어왔으나 결국 진실은 이기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기본 상식임에도 그와 미디어의 조작에 모두가 속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뒤늦게 그 분풀이를 하는 중이다.
그의 솔루션을 거부해 악당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예산 국밥집 할머니가 있다. 미디어를 업고 기세등등하던 유명 외식사업가의 솔루션을 거절한 할머니의 가게는 곧 망할 것처럼 여겨졌으나 여전히 성업 중이다. 삶 자체가 국밥이었던 할머니의 국밥은 미디어에 상관없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와 상징의 조작이 충실한 삶을 이어온 할머니의 진실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내듯, 브랜드도 꾸준한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출처 : Envato Elements / 신발 작업장. 고되고 치열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브랜드는 삶이어야 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구르는 돌에는 결실이 맺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은 짧고, 유행이 아니라 추세이기 때문이다. 유행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추세는 살아내기 위한 것이다. 누군들 젊은 시절부터 가마니 솥에 소머리를 삶아내고 싶어 했을까. 국밥 할머니에게 국밥은 살아내기 위한 도구였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브랜드를 육성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그 방법은 광고와 홍보, 마케팅 비용 투자로 귀결된다. 투자를 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으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그런데 작은 브랜드에게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내기에도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투자는 너무 힘든 얘기다. 그렇지 않은가.
SNS에 대한 투자도 만만하지 않다. 구독자 10만 유튜버의 제품 후기 하나에도 수백에 달하는 세상이다. 콘텐츠 제작과 계정관리, SNS 광고 대행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즉각 반응에 집착하다보니 인위적인 바이럴 마케팅이나 조작형 리뷰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높은 비용과 문제지만 길게 이어갈 계획과 여력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작은 것의 시작은 늘 어렵고 힘들다. 마치 쉬운 게 없는 세상의 일처럼 말이다. 그러나 살아내어야 하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의 숙명이다. 더 잘하는 일이 있다면 신발산업에 종사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 맞다. 가장 잘하는 일로 살아내려고 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준엄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살아내는 것도 힘든데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이다.
가장 잘 하는 일인데도 사람들은 쉽게 지친다. 덩치가 큰 것과의 싸움에서 늘 패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약육강식으로 여기는 사회는 작고 약하다고 봐주는 일이 없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것이 강하다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말이다. 그런 이유로 작은 브랜드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어렵고 힘들다고 손을 놓고 불평한다고 살아지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삶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살아내기 위한 치열함이 작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이며, 브랜드 자산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변화, 작은 브랜드의 기회.
다극화의 세상이 신발산업과 신발 브랜드에 기회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이 변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이에 따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로 늘어난 여가 시간에 따라 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변화는 불편하지만 늘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단극 서방 중심의 세상 질서가 급격하게 다극화로 전환되는 중이다. 러우전은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내포한 전쟁이었다. 미디어는 개전 초기부터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우세를 끊임없이 쏟아내었지만, 결과는 미디어와 다르게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종전 이후 다극화의 진행은 거세질 것이며, 이에 따라 서구 브랜드 중심의 브랜드 시장에도 예전과 다른 기류가 형성될 것이다. 수입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양극화의 진행 속에 중산층들이 다수였던 시장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중산층이 소비의 중심이었던 풍요의 신화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마치 미국과 서방 국가들처럼 말이다. 미디어나 학계는 이런 상황에서 사고의 틀을 고정시키는 개념을 만들고 전달한다. 이제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과 초저가 가성비의 시장만 존재할 것이라고 말이다. 작은 브랜드의 기를 미리 죽이는 것이다. 작은 브랜드의 개성과 장점을 무시하고 가성비 시장으로 몰이를 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늘 큰 브랜드에 우호적이었다.
소비의 양극화는 단순히 고가 저가로 양분되지 않는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가 저가만 찾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쓸 돈이 충분치 않으면 품목을 줄이더라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구매한다. 좀 더 효용이 높은 품목을 소비하려는 심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싼 것이 아니라 가치가 높고, 효용이 높은 품목을 소비하려는 소비자 행동은 분명 작은 브랜드에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기회를 잡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가치가 높은 것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브랜드가 하기 어려운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도 만들어야 한다. 작은 브랜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신발산업은 소재와 부품의 독점이 불가능한 산업이다. 소재 부품의 조합을 통해 특정 사용자층의 만족을 이끌 때 작은 브랜드의 출발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출처 : Envato Elements / 신발을 살펴보는 사람. 작은 브랜드는 개인의 삶, 그 자체이다.]
가치 있는 삶, 그리고 브랜드
과체중으로 러닝을 포기한 소비자에게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만든 과체중 전용 러닝화는 사용자에게 신발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건강이 필요한 고령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운동하도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고령화 신발 브랜드는 단순히 신발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살아내기 위한 치열함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
큰 브랜드는 자본과 시스템, 브랜드 파워와 유통 채널을 가졌다. 작은 것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은 옳은 전제다. 하지만 사용자를 위한 가치를 제공하며 깊은 공감으로 살아내는 작은 브랜드를 모두 이겨낼 수는 없다. 작은 브랜드는 철학과 태도로 시작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이 공감받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경기 침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은 큰 것들의 무한 확장이 큰 원인이었다. 상호공존의 감수성을 외면하고, 자산을 통해 자산을 불리며 소수에게 부가 몰리도록 했던 이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큰 것의 횡포에 많은 작은 것들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어렵지만 세상은 상호공존의 감수성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작은 것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으로 말이다.
[식당에 붙은 공존의 메시지. 상호공존의 감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작은 브랜드는 우리가 살아내기 위한 도구이며, 그 치열한 삶의 기록과 함께해야 한다. 작은 우리가 세상을 가치 있게 살아내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살아내기 위한 치열한 삶의 기록이 된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로 향하고 있다. 가치 있는 우리들의 삶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