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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강윤경 칼럼] 부산에서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 ||
작성일 | 2025-04-30 | 조회수 | 4 |
[강윤경 칼럼] 부산에서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2025-04-30 4
[강윤경 칼럼] 부산에서 유니콘이 탄생하려면
전국 지자체 최초 부산창투원 출범
스타트업 교육 투자 원스톱
지원
창업생태계 활성화 컨트롤타워 기대
창업마저 수도권 쏠림 불균형 심화
지역 혁신 역량 위한 대학 역할
중요
글로벌 창업 허브 도시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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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부산의 창업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부산지역 창업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창투원은 최근 출범식을 갖고 ‘글로벌 창업 허브 도시 부산’의 깃발을 올렸다. ‘2025
부산창업패키지 지원사업’ 대상 120개 기업도 공개했다. 부산창투원은 기업 성장을 4단계로 나누고, 자금뿐만 아니라 각 단계에 필요한 창업
교육, 투자 유치, 기업 진단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기업 선정부터 교육과 투자 전 과정을 투자자들이 주도하게 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창투원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지자체 산하 창업 행정 전담기구로 아시아 10대 창업
도시를 향한 부산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형준 시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시는 그동안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위한 빌드 업을
차곡차곡 진행해 왔다. 2022년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FLY ASIA) 첫 행사를 시작한 후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2023년부터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의 스핀오프 형태인 부산 슬러시드(SLUSH‘D)를 개최하고 있다.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에서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도 운영 중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북항 1부두에는 ‘글로벌 창업 허브’ 조성을 위한
국제건축설계 공모가 진행 중이다. 멋진 공간은 그 자체로 창업 아이디어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시의 이 같은 노력에도
창업 도시 부산의 갈 길은 먼 게 현실이다. 부산의 창업생태계가 빈곤하니 발버둥이라도 치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는
창업조차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 청년들이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창업기업의 60%가 수도권에 있고, 벤처 투자 중
수도권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2023년 국내 유니콘 기업 24개 중 23개 사가 수도권 소재다.
미국 스타트업 연구기관
스타트업 블링크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스타트업 도시 순위’에서 세계 1000개 도시 중 한국에서는 서울만 21위로, 100위권에 들었다.
부산은 366위, 대전 429위, 인천 458위에 그쳤다. 창업의 본질이 혁신이라고 한다면 수도권에 모든 걸 몰빵해서는 국가적으로도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또 다른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 순위를 보면 미국은 1위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이 10위권 내고 덴버 오스틴 솔트레이크 애틀랜타 마이애미가 4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미국이 지난해 2.8%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스타트업 창업 열기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산이 창투원을 중심으로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간다고 해도 결국 지역 혁신 역량 한계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창업 기업을 발굴해 액셀러레이터하고 스케일업하려 해도 창업하려는 젊은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역 혁신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글로컬대학, 라이즈, 국가연구소 등 정책 수단을 총결집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학 간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부산대와 부경대의 부산형 KAIST 추진 같은 게 바람직한 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역 문화와 수용성이 중요한 요인일 수도 있다. 크록스가 세계적 신발 브랜드로 유명해졌지만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라는 작은
도시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도시의 고향 친구 3명이 서핑을 즐기다 보트 슈즈에 대한 아이디어로 창업하게 된 게
크록스다. 이들을 키운 건 창업자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 형성과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볼더의 ‘우리가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는
문화였다. 부산이 전통적 신발 도시인데 이런 신발 관련 유니콘이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부산서 두 번째 예비
유니콘이 된 슬래시비슬래시라는 기업이 크록스와 손잡고 크록스의 독창적 감성이 담긴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한다는 사실이 공교롭다. 슬래시비슬래시는
근거리무선통신 기반으로 MZ세대 겨냥 맞춤형 휴대폰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회사다. 2020년 부산서 설립해 매출이 급증하며 예비 유니콘이 됐다.
글로벌 유니콘이 되기 위해 해양을 향하고 있는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는 대표의 포부가 당차다. 부산창투원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가 부산에 몰려들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부산 유니콘 기업 탄생도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기자(kyk93@busan.com)
[2025-04-29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