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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칼럼]우리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진짜 이유. | ||
작성일 | 2025-04-23 | 조회수 | 79 |
[칼럼]우리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진짜 이유.
2025-04-23 79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진짜 이유.
여러 개인 매체를 통해 브랜드에 관한 정보가 쏟아졌고, 지식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딩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소개되고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새로운 브랜드의 성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 산하의 패밀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임에도 브랜드 관련한 변화는 크게 느끼기 어렵다. 오래 전부터 시장에 있었던 브랜드들이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성공적으로 낡은 것을 벗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었다는 칭송을 받으며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새롭게 나타난 브랜드들은 그 성장이나 존속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신발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고, 그 브랜드 자산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잘 알지만 하지 못하는 이유와 함께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1편에서는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진짜 이유, 2편에서는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통해 브랜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브랜드 관련한 오랜 인식과 편견에서 벗어나 올바른 브랜드의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브랜드 구축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우리들의 삶은 존속, 유지, 발전으로 행복해야 되니 말이다.
[출처 : Envato Elements / 미디어.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지만 아무나 활용할 수 없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정보화 사회 이후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말이었다. 모두가 그 말을 인정했고,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에서 뒤처지는 이유가 스스로의 안일함이었다는 자책을 함께 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른 것이 아니라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세상의 연속이었다. 지금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브랜드를 보면 정말 그렇다. 큰 것이 먹었고, 작은 것은 먹혔다. 속도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빠른 것들의 성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존속, 유지,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큰 것들이 더 커지고,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음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정보화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말의 하나였던 빠른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틀렸다. 적어도 신발 브랜드 관련해서는 그렇다. 큰 것이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시장 현재 점유율만 봐도 그렇기 때문이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은 큰 것들의 변명일 지도 모른다. 지식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미디어에 쏟아낸 말이지만 결과는 대부분 큰 것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초국적 대기업이 미디어와 학계를 장악하고 있기에 공정하지 않은 것을 공정한 것으로 포장한 결과다. 그렇지만 바쁜 우리들은 전문가를 무작정 신뢰해 왔다. 실패한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속도가 늦었다 믿으며 말이다. 분명한 것은 빠른 것이 아니라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독과점은 기회의 균등, 함께 살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으로 여겨졌었다. 곡물을 독점한 사람은 큰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굶주림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공동체의 삶에서 독점과 과점은 당연히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었고 금기된 행동이었다. 여전히 독과점이 금지된 세상이지만 독과점을 취할 수 있는 신박한 방법이 생겼다. 기업과 분리된 미디어를 통하는 것이다. 큰 것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광고와 홍보의 미디어를 통해서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딩을 위해서 필수요소로 불리는 광고와 홍보는 사실 큰 것의 전유물이다. 미디어에 대한 광고와 홍보는 전혀 제약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것에게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비용의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미디어에 대한 광고나 홍보는 작은 브랜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30초에 100억이 넘는 미국의 슈퍼볼 광고가 가능한 작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독식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 Galbraith)는 독과점의 형태가 교묘하게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가 지적한 ‘브랜드 독식(brand monopoly)’의 핵심은 대형 기업이 광고·마케팅을 통해 사실상의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통한 힘의 우위를 앞세워 대기업의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이는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믿고 신봉하는 미디어의 광고와 홍보는 큰 기업의 독과점 수단이 되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홍보의 메카니즘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불공평한 점이 많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의 규칙으로 받아들인 것이기에 비난하고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언급을 하는 이유는 큰 것과 미디어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 지를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 큰 것에 도전하는 작은 것들의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갤 브레이스는 미디어를 통해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사실상의 독점을 이루어 낸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 빅 브랜드에게 이익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고 했다. 미디어를 장악한 큰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식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 외에는 대안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행보다는 추세
신발산업에서 OEM 수출의 습관은 신발 브랜드를 만드는데 방해 요소가 되었다. 선적과 동시에 수금이 되는 수출대금 결제방식은 재고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었고, 이러한 경험을 거친 신발기업들은 투자금이 회수되는 긴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마진이 적지만 빠르게 제품에 대한 대금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을 선호했던 것이다. 이는 제품의 개발과 판매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빨리 팔 수 있고, 자금 회수가 빠른 유행성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시장에 유행하는 제품을 본 따 싼 가격으로 유통하는 방법은 OEM 생산 방식과도 결을 같이 한다. 힘들여서 개발하기보다는 빠르게 카피하고 싼 가격으로 팔면 투자된 대금이 빠르게 회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운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 확보와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은 결과를 맞았다.
국내 신발시장에서 많은 유행성 미투 제품을 볼 수 있었고, 단기적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들의 많았음은 부정할 수 없다. 빠른 실적을 위한 유행성 제품이 중심이 되다보니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가 희소해져 버린 이유가 되었다. 유행과 추세를 구분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의 부재로 시장에서 성공적인 판매 실적에도 성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장기적 전략의 설정과 실행에 문제가 있었기에 제대로 성장하는 작은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된 것이다.
추세가 되는 방법, 세분화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산업의 트렌드는 컨버젼스(융합)이었다.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는 융합의 트렌드가 신발산업에도 적용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융합의 시도가 이뤄졌지만 신통치 않았다. 유행처럼 스마트라는 이름을 단 신발이 선보이기는 했지만 시장을 제대로 구축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설령 다양한 기술과 신발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 형태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순수 신발산업이라 주장하기도 애매한 면도 있다.
1981년, 런칭된 프로스펙스 운동화의 가격은 9,900원으로 나이키와 값이 같았다. 그 시절의 한 컬레의 운동화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 하나의 운동화는 농구, 축구, 야구, 조깅 등의 다양한 스포츠와 워킹, 등산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개인의 활동 목적에 따른 세분화로 다양한 제품 영역이 구축되어 있다. 지난 40년 동안 제품의 세분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신발은 더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을 것임은 명확해진다. 세분화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찾아 만족을 시키는 것이 신발산업의 비전을 달성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출처 : Envato Elements /다양한 활동. 개인도 활동 목적에 맞게 세분화된 제품을 소비한다.]
짧지만 미디어의 불균형, 브랜드의 독식이라는 개념과 추세를 만드는 세분화의 노력 부재로 우리가 신발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이 밖에도 브랜드가 가져야 할 철학의 부재, 공공 영역에서 강자를 선호하는 문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로 존재한다. 이는 불평분자의 불만의 표현으로 비하될 수 있지만 작은 약자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며 작은 브랜드가 만들어야 할 스토리 재료이기도 하다.
작은 브랜드가 제대로 활동하고, 다양하고 많은 고객에게 더 나은 경제적, 기능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작은 브랜드가 성장하는 방법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상호 협력이라는 오랜 지혜가 있어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가. 보다 나은 문명과 생활 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작은 브랜드의 사명이자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