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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대통령 구두 만드는 장인…"대통령이 신던 구두보면 성격이 보이죠"[배정철의 패션톡] | ||
작성일 | 2022-05-24 | 조회수 | 278 |
대통령 구두 만드는 장인…"대통령이 신던 구두보면 성격이 보이죠"[배정철의 패션톡]
2022-05-24 278
대통령 구두 만드는 장인…"대통령이 신던 구두보면 성격이 보이죠"[배정철의 패션톡]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 일성은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 하자”였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첫 주말이었던 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새 구두를 장만했다.
최근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구두’가 새삼 주목 받게 된 결정적 장면이다.
패션그룹 형지에스콰이아의 김학진 장인(60·사진)은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의 발과 구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1979년부터 40여년간 남성 구두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섯 대통령의 구두가 포함돼 있다.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통령의 구두 얘기를 듣고 싶어 24일 서울 역삼동 형지에스콰이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김 장인은 “대통령 구두를 만들다보면, 그분들 성격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된다”며 얘기를 꺼냈다.
에스콰이아는 그가 강원도 홍천에서 상경해 1979년 입사한 첫 직장었다.
대통령 신발 제작에는 1986년부터 참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골프를 좋아했던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의 골프화를 만드는 게 그의 첫 임무였다.
청와대를 들락날락했던 선배가 대통령 발 사이즈를 재오면 그가 제작을 맡았다.
김 장인은 “여러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걷는 게 불편했던 분이어서 볼로냐 공법을 이용해 최대한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볼로냐 공법은 중창이 없어 부드럽게 꺾이고, 땀 흡수가 잘 되는 제작방식을 말한다.
“대통령이 내가 만든 신발을 신고 편하게 다니겠구나하는 생각에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어요.”
김 장인이 ‘이 사람 참 깐깐하겠구나’라고 생각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구두에 대해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아 생생히 기억해요. 전체적인 디자인과 굽 높이까지 디테일하게 주문했지요.” 이에 반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 구두를 전달해도 별 말이 없어 ‘군인다운 호방한 성격이겠구나’ 짐작했다고 한다.
비즈니스맨 출신 답게 네티즌들 사이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수트핏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꼽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구두도 ‘멋쟁이 스타일’을 선호했다.
김 장인은 “이 전 대통령은 코가 뾰족하고 세련된 ‘차도남’ 스타일의 구두를 선호했다”며 “구두를 총 여덟 켤레 납품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 대통령들의 구두를 만들었지만, 윤 대통령의 구두 제작요청은 아직 못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어울리는 구두 스타일은 이미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터벅터벅 걷는 스타일이어서 굽이 낮거나 아예 없는 구두가 잘 맞을 겁니다.
기회가 닿으면 은퇴하기 전에 한번 만들고 보고 싶어요.”
구두 산업에 40여년 넘게 종사했지만, 그에게 구두 제작은 여전히 어렵다.
김 장인은 “최신 유행에 맞춰 상품을 내놓으면 항상 부족한 부분이 생겨 배우게 된다”며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게 구두 제작”이라고 말했다.
구두를 잘 신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의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고 생각합니다.
2030세대들 중에 격식있는 정장이나 예쁜 치마에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쉬워요.”
[2022-05-24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