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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Cover Story] 콜라보의 새로운 타깃, 잘파세대를 잡아라! | ||
작성일 | 2024-06-15 | 조회수 | 141 |
[Cover Story] 콜라보의 새로운 타깃, 잘파세대를 잡아라!
2024-06-15 141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X 온(On) 스니커즈 매진
환타 X 라이즈, 최우식 X 모남희, 챔피온 X 릭오웬스 등 콜라보
아웃도어와 도시 라이프를 결합한 놈코어 룩을 선보이는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은 최근 각광받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스포츠 브랜드 온(ON)과 콜라보한 협업 스니커즈는 순식간에 솔드아웃됐고 지금도 수많은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을 살며시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 이 시대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벌어지고 있을까?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것, 콜라보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 아티스트 등의 협업으로 출시되는 제품들은 불티나듯 팔렸고, 심지어 ‘리셀’이라 불리는 웃돈 주고 사고 팔기 형식으로까지 발전했다. 나이키와 트래비스 스캇,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칸예 웨스트 등으로 이어진 컬래버레이션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협업 형태는 과거에는 굉장히 뜨거웠고,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며, 가끔씩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인기가 예전만치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컬래버레이션의 빅뱅은 슈프림과 루이비통이 손잡으면서 발생했다. 팔라스 스케이트보드와 폴로 랄프로렌도 힘을 모았었다. 이게 패션 신에서의 2기 콜라보 형태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의 결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더 발전하여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브랜드 간의 협업을 낳기도 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펜디와 베르사체의 컬래버레이션이 그 대표적 예다.
간략히 말해 콜라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대신 그 협업의 방식과 형태가 새로운 소비자에게 맞춰져 달라졌을 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소비자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컬래버레이션이 MZ세대라는 범주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의 콜라보는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를 겨냥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소비자 군이 달라지니 협업의 종목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잘파세대, 콜라보의 기존 공식을 깨다.
세대가 달라지면 그들의 소비 방식도 변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잘파세대는 ‘디토Ditto 소비’를 한다고 한다. 마케팅 트렌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는 이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과잉의 시대다. 상품, 정보 제공, 구매 채널이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정보 탐색, 대안 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그냥 ‘나도(ditto)’하고 특정 사람, 콘텐츠, 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것이다.”
디토 소비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품질 대부분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는 가정이 있다. 그러니 유사한 어떤 것을 사는 데 있어, 자신이 믿고 따르는(특히 취향에 부합하는) 사람, 콘텐츠의 무조건적 동의를 표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시대의 협업이 등장한다.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앞선 시대의 컬래버레이션이 메인 브랜드와 영향력을 가진 스트리트 브랜드 또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시작되었고, 또 스트리트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더 나아가 명품끼리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던 것과 최근의 콜라보는 다르다는 점이다. 잘파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시대의 협업은 이제 이 경계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전방위적으로 전개된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 SNS에는 배우 최우식과 인기 캐릭터 모남희의 협업 굿즈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업로드되었다. 이 같은 조합은 기존의 협업 방식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오히려 디토 소비 이론에 가깝게 전개된다고 봐야 한다.
최우식은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고, 모남희는 잘파세대로부터 굉장한 지지를 받는 콘텐츠다. 그렇지만 이 콜라보가 체감상 폭발적이진 않을 것이다. 슈프림과 루이비통이 손을 잡았을 때처럼 이걸 사기 위해 밤샘캠핑을 한다던가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우식이든 모남희든 이 두 개 중 하나에 취향이 부합한다면 잘파세대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걸 왜 사?”라는 타인의 눈총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디토 소비론, 팬덤, 캐릭터, 게임…콜라보의 확장
국내 외식 브랜드인 노브랜드 버거는 근래 잘파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무한의 계단’과 콜라보했다. 많은 버거 프랜차이즈 중 분명 노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있을 테지만 이번 협업은 그런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누적 다운로드 수 2,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무한의 계단’ 팬덤을 새로운 버거 소비자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성이 다분해 보이는 협업이다.
게임은 디지털 원주민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잘파세대를 관통하는 핵심 아이템 중 하나다. 게임과 더불어 웹툰 및 디지털 세계에서 창출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브랜드인 환타는 올 4월에 신인 아이돌 그룹 라이즈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환타에 따르면 라이즈에 대해 “원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독자적인 음악 장르를 통해 개성을 중시하는 잘파세대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가, 톡톡 튀는 환타의 즐거운 브랜드 이미지와 어우러져 기존 소비자 층은 물론, 모델을 팬덤을 기반으로 잘파세대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모델 발탁 이유를 밝혔다. 이 협업 역시 디토 소비론에 입각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라이즈는 K-팝 붐에서 가장 촉망받는 이들 중 한 팀이니, 그 팬덤의 힘에 기대는 형태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역시 잘파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협업 제품을 종종 선보이고 있다. 최근 GS25는 잘파세대를 주요 대상 고객으로 설정하고, 인기 캐릭터 콜라보 상품을 선보였다. 바로 ‘깜자’와 ‘베베더오리’라는 유명 이모티콘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 제품이다.
이번 콜라보에 대해 GS25는 “이번 상품들에 단순히 인기 캐릭터가 들어간 포장지를 채택한 것뿐 아니라, 내용물의 주재료도 각각 제휴 이모티콘 캐릭터의 핵심적인 개성이 연상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깜자 콜라보에는 캐릭터의 주요 소재인 감자를 원료로 활용했고, 베베더오리 콜라보 상품에는 캐릭터의 노란 주둥이를 활용한 계란 프라이가 주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잘파세대 소비자를 콘텐츠 캐릭터로 유입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렇게 유입된 소비자들의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브랜드의 노력으로 읽혀진다.
잘파세대로 불리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남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지갑을 여는 이들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품 하나쯤은 가볍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한다. 대신 구매에 앞서 제품의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일반론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이해될 것이다.
한때 슈프림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는 스트리트 브랜드를 좋아하는 X세대와 밀레니얼에게 전설과도 같은 것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특히 컬래버레이션 분야에서 여전히 활발하다. 현재 국내에 이 두 브랜드의 매장이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 브랜드 숍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을 것이고, 심지어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구입할 물건이 없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만큼 브랜드의 ‘힙’과 ‘핫’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이키 및 아디다스 등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5월 말, 성수동에 또 다른 스트리트 컬쳐의 성지라 불리는 ‘키스(Kith)’ 매장이 문을 연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스트리트 편집숍인 키스는 로스앤젤레스, 파리, 도쿄 등에 매장을 열었고, 이들 모두 핫플레이스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문을 여는 키스도 당분간 뜨거운 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키스는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의 유수 브랜드들과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협업한다. 현재는 슈프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키스와의 협업보다 잘파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협업들이 있다.
그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최근 나온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이라는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나온 운동화다. 이 브랜드는 아웃도어와 도시 라이프를 결합한 놈코어 룩을 선보인다. 가격도 상당히 고가이며, 해외에서도 꽤나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이 브랜드 역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온(ON)과의 협업 스니커즈를 발매했다. 순식간에 모든 제품이 솔드아웃되었고, 리셀 시장에서 여전히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콜라보는 새롭게 부상하는 두 브랜드의 조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잘파세대 소비자들은 바로 이런 것에 열광한다. 굳이 해외의 거대 기업 브랜드가 아니라도,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 간의 협업이기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는 말이다. 잘파세대에게는 나이키와 트래비스 스캇의 식상한 협업보다 취향에 맞는 로컬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의 콜라보가 더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아더에러, 떠그클럽 등과 같이 국내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외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브랜드들이 전개하는 협업에 더 주목한다. 이렇게 컬래버레이션은 또 다른 양상으로,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및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브랜드 및 인스타그램 캡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4호(24.06.18) 기사입니다]
[2024-06-14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