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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SC] ‘억소리 나네’ 보석보다 비싼 운동화
작성일 2022-04-15 조회수 253
[ESC] ‘억소리 나네’ 보석보다 비싼 운동화

2022-04-15 253


“나는 첫인상 볼 때 신발 먼저 봐. 뭐랄까, 제일 큰 힌트라고 해야 되나?”

당장 신고 있는 신발만으로 그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한다는 게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두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아니다.
도대체 신발이 뭐길래. 패션 매체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처음 본 날 신고 있는 신발 때문에 호감이 생긴 남자와 사귀게 됐다고 한다.
첫인상에 옷차림만큼이나 ‘신발 가산점’도 있는 모양이다.


신발 없이 집 밖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신발 한켤레에 100만원 넘는 금액을 쓰기도 한다.
단출한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에 보테가 베네타의 80만원짜리 고무장화를 신었다면 지나가다가도 그 사람을 괜히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반대로 루이뷔통 모노그램으로 휘감은 블랙 슈트 밑에 1만5천원짜리 하바이아나스 플립플랍(슬리퍼)을 신었다면 그 역시 시선을 끌게 된다.




신는다기보다 모셔야 하나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는 2022년 럭셔리 스니커 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것은 역시나 발렌시아가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그바살리아(바잘리아)는 2017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니커 중 하나가 될 신발을 선보인다.
바로 ‘트리플S’다.
이 신발은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신으면서 단숨에 ‘어글리 슈즈’를 최고 인기 키워드로 만들었고, 여전히 세계 발렌시아가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후속작인 ‘엑스팬더’(X-pander)는 러닝화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신발 뒤축에 마치 캥거루처럼 점프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밑창이 독특하게 자리하고 있다.
발렌시아가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은 ‘스페이스 슈’에서도 볼 수 있다.
피터 팬 신발장에서 튀어나온 듯 앞코가 쭉 뻗은 이 신발은 발렌시아가 2022 여름 컬렉션에 포함된 최신작이다.
발렌시아가는 스페이스 슈를 ‘클래식 더비’, 곧 ‘구두를 대체할 수 있는 신발’이라고 소개했다.
가격은 110만원. 나이키 에어 포스1을 8.5개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지방시의 최신작 ‘모뉴멘털 맬로’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슈 M. 윌리엄스는 뮤지션 카녜이 웨스트의 2007년 그래미 시상식 공연 의상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레이디 가가의 의상을 했으며, 최근에는 나이키와 협업한 에어 포스1을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모뉴멘털 맬로는 마치 끈적한 석고에 넣었다 뺀 듯 매끈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신발 하단에 새겨진 테트라포드(방조제에 쓰는 콘크리트 블록) 모양의 패턴은 미끄럼을 방지한다.


2020년 ‘에어 디올’이라 이름 붙인 나이키 협업 에어 조던1을 출시한 디올은 스니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디올 오블리크 패턴을 두른 에어 조던1 하이는 리셀가 1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지금 디올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B23 하이탑 스니커다.
얼핏 보면 컨버스의 ‘척70’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최근 공개된 ‘마크라메’ 에디션은 가죽이 아닌 자수 코튼 소재로 제작되어 눈길을 끈다.
마찬가지로 오블리크 패턴을 빼곡히 두른 스노부츠도 길거리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보테가 베네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가방일 테지만, 보테가 베네타는 가방만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두툼한 키높이 밑창이 돋보이는 고무장화 ‘퍼들’, 군화를 연상케 하는 ‘퍼들 봄버(보머)’, 반짝이는 고무 소재의 부츠 ‘스트라이드’, 시그니처인 ‘인트레차토 위빙’으로 완성한 슬립온 ‘플랫’, 100% 양가죽으로 만들어 마치 쿠키 몬스터를 연상케 하는 슬리퍼 ‘리조트 테디’도 눈길을 끈다.


미우차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진두지휘하는 프라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라다는 직접 소재와 색깔을 선택해 주문제작 할 수 있는 신발(아메리카 컵 스니커즈)을 판매한다.
나이키 에어 포스1과 뉴발란스 550을 합친 듯한 디자인으로,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릴 법한 ‘다운타운 가죽 스니커즈’ 역시 눈길을 끈다.


루이뷔통도 다채로운 스니커를 선보이고 있다.
이 브랜드는 스케이트보드화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신발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살아생전 루시엔 클라크와 함께 스케이트보드화 ‘어 뷰 스니커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루시엔 클라크는 ‘영국의 슈프림’이라고 불리는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의 모델이자, 세계적인 스케이트보더로 유명하다.
‘엘브이(LV) 트레이너 스니커즈’는 루이뷔통의 장인들이 한땀 한땀 새긴 스티칭 작업과 최고급 소재로 제작되어 놀라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 신발은 빈티지 농구화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이제는 전설이 된 일본의 스트리트 웨어 디자이너 니고와 협업해 첫 공개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지미 추의 269만원짜리 운동화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세계적인 패션지 편집장의 보조업무를 맡게 된 주인공 앤드리아는 패션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옷차림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때 그가 처음 신었던 신발이 바로 ‘지미 추’의 구두다.
2022년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개봉한다면 앤드리아의 발에는 전혀 다른 신발이 신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미 추에서도 운동화를 판매 중이다.
현재 지미 추 공식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비싼 운동화 ‘코스모스’의 가격은 269만원이다.

[2022-04-14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