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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독] ‘페어플레이’라더니…아디다스, 가맹점 계약 무더기 종료 통보
작성일 2023-01-20 조회수 355
[단독] ‘페어플레이’라더니…아디다스, 가맹점 계약 무더기 종료 통보

2023-01-20 355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공식 후원하며 ‘페어플레이’를 내세웠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고, 무더기로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절대 망하지 않으니 자식에게 물려주라며 다매장 운영을 독려해 온 아디다스가 점주들을 배신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서를 접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8일 아디다스코리아 가맹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디다스코리아(이하 본사)는 지난해 1월 ‘전략발표회’를 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본사 쪽은 “모든 매장을 통폐합한다.

백화점을 포함해 전국 사업이 가능한 ‘내셔널 매장’ 운영자 9명과 지역을 커버하는 ‘지역 매장’ 운영자 10명을 제외하고 모두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2024년까지 매장 운영을 종료하고, 이후 6개월간 재고 소진 기간을 부여한다”고 통보했다.

 

 

2023년 1월 기준, 전국에는 95명의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500개의 아디다스 매장이 있다.

본사가 선발한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점주들의 매장은 2024년부로 운영이 종료된다.

본사 쪽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전국 가맹점주 중 76명이 ‘아디다스점주협의회’를 꾸려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40여년 동안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해왔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갑질이 해를 거듭하며 계속돼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안이 점주들의 제안으로 2011년 전 세계 아디다스 사업부 가운데 최초로 만든 ‘온라인몰’을 2021년 11월 본사가 회수해 간 사건이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아디다스 매장에서 배송을 해줬다면, 이제는 본사에서 이를 독점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가맹점주 ㄱ씨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온라인 매출이 늘자 본사의 직판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점주들 제안으로 만든 온라인몰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본사가 독식하는 셈인데, 억울하지만 본사의 강압에 못 이겨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맹점주들은 인기 상품을 마음대로 공급받지도 못했다.

본사 쪽은 상품 유형을 나눠 전체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센트럴바이’ 제품은 본사가 임의로 수량을 지정하며 점주가 추가 주문을 할 수 없게 했다.

가맹점주 ㄴ씨는 “인기 상품은 본사 직영점 등에서만 판매하고, 가맹점은 등급을 나눠 수량을 배분했다”며 “내 돈을 주고 내 맘대로 원하는 물건을 발주할 수조차 없었다.

소비자가 인기제품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아디다스 가맹점주들은 대개 3~6개씩 다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 바탕에는 본사의 ‘독려’가 있었다.

2004년까지 1인1매장 정책을 시행하며 판매만 대행하는 ‘위탁판매’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던 본사는 이후 점주가 직접 본사로부터 물건을 사입하고 판매까지 하는 ‘재판매’ 형태로 운영 정책을 바꾸면서 가맹점주들에게 다매장 운영을 적극 권했다.

2009년 ‘리복’을 인수한 후에는 리복 매장 ‘끼워팔기’까지 했다.

 

 

가맹점주 ㄷ씨는 “본사가 ‘아디다스는 절대 망하지 않는 글로벌 브랜드다.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다’고 홍보하며 다매장 운영을 권유했다”며 “대부분의 점주가 10~20억대의 투자를 하느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아들·딸 등 온 가족이 매달려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판국”이라고 말했다.

본사는 4~5년 전까지 점주들의 2세까지 불러모아 ‘세컨드 제너레이션’ 교육을 했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아디다스는 동일한 상표 등 영업표지를 사용했고, 본사가 일정 지원과 교육을 하는 등 통제를 해왔으며, 온라인몰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매출의 5%에 해당하는 일종의 가맹수수료를 낸 점에 비춰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아디다스코리아 본사의 행위는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보여 9일 공정위에 ‘분쟁조정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가맹점 계약서를 검토한 법무법인 동헌의 권정순 변호사는 “물품 인수기한, 계약 해지, 담보 제공 등 전반에 걸쳐 본사에만 유리한 조항이 너무 많다”며 “글로벌 브랜드 계약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아디다스코리아 쪽은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소비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을 유지할) 파트너 선정 기준은 계속해서 설명과 고지를 했고, 계약이 해지되는 파트너에게는 3년이라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다”고 반박했다.

이어 “온라인몰을 점주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되레 본사가 온라인몰을 통해 점주들의 재고소진을 위해 그간 배려를 해온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2023-01-10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