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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칼럼]신발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 | ||
| 작성일 | 2026-08-08 | 조회수 | 1 |
[칼럼]신발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
2026-08-08 1
신발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공간

부산 신발 마케팅 플랫폼 PADOBLE."
지난 토요일, 취재를 위해 부산 서면 KT&G 상상마당 2층에 새롭게 단장한 파도블(PADOBLE)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부산 신발 마케팅 플랫폼'이라는 문구였다. 단순한 편집숍의 이름이라기보다 부산 신발산업이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을 담은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최근 서울 성수동은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소비자는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성수동을 방문한다. 이러한 경험 중심의 소비문화는 자연스럽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상권과 브랜드를 함께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부산도 이제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체험 중심 공간이었던 파도블은 최근 리뉴얼을 통해 부산 신발 브랜드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특히 매월 대표 브랜드가 참여하는 릴레이 팝업전과 시즌별 기획전, 43개 부산 신발 브랜드의 상시 전시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부산 신발을 직접 보고, 신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공간이 얼마나 새로워졌는지가 아니었다. 과연 파도블이 부산 신발산업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매장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파도블 팝업존 입구 / 저자 제공]
이번 릴레이 팝업에 선정된 다섯 개 브랜드를 살펴보면 부산 신발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보인다. 미끄럼방지 특수화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스티코(STICO), 한국 수제화의 경쟁력을 이어가는 칠링세레머니클럽, 40여 년 장인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제니크,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이퀄비, 그리고 AI 기반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포른른까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한 공간에서 소비자를 만난다는 점은 파도블가 단순한 편집숍을 넘어 부산 신발산업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에는 릴레이 팝업의 첫 번째 주자인 스티코(STICO)가 공간의 첫 장을 열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브랜드의 상징색을 활용한 전시와 제품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단순히 신발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기술과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려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왜 이 브랜드가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신발을 '결과물'이 아닌 '기술의 집합체'로 보여주는 전시였다. 완성된 제품만 진열하는 대신 신발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을 분해해 전시하고, 뒤편에는 브랜드 영상을 함께 상영해 스티코가 가진 기술적 강점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소비자는 단순히 디자인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신발이 어떤 구조와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소비자 언어로 풀어낸 이러한 전시는 파도블가 지향하는 '브랜드 경험형 플랫폼'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제품은 진열장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다양한 제품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현장에서 바로 구매도 가능했다. 단순히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었다. 이는 파도블가 지향하는 '브랜드 체험 공간'이라는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가 사람들에게 '경험할 이유'를 제공한다면, 파도블는 걸음걸이 측정 체험을 통해 방문객에게 '참여할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자신의 보행 습관과 발의 균형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부산 신발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경험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선다. 제품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 과정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이러한 체험형 콘텐츠는 파도블가 단순한 편집숍이 아닌 부산 신발산업을 직접 경험하는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도블 걸음걸이 측청 체험존 / 저자 제공]
한쪽에서는 스티코의 팝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부산의 다양한 신발 브랜드가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역 브랜드의 제품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은 파도블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보였다. 특히 모든 제품에는 QR코드가 함께 부착되어 있어 브랜드 소개와 제품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었으며, 관심 있는 제품은 온라인으로 바로 구매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스토리와 특장점을 확인한 뒤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소비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파도블 부산브랜드 전시존 / 저자 제공]
성수동이 지금의 브랜드 성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팝업스토어가 많아서가 아니다. 유명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지금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한정판 제품 출시, 브랜드 협업,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작가와의 협업,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성수동을 찾는다. 이러한 반복적인 방문은 자연스럽게 상권을 활성화했고, 지역은 브랜드를 키우고 브랜드는 다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파도블 역시 이러한 방향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번 릴레이 팝업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생 디자인 전시, 인플루언서 협업, 해외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 등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역 대표 행사나 지역특화제품과 연계한 특별 기획전이나 한정판 출시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공간은 한 번의 투자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콘텐츠와 경험이다. 파도블이 부산을 대표하는 신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취재를 마치고 상상마당을 나서니 35℃를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 서면향토음식특화거리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파도블를 찾아 부산 신발 브랜드를 경험한다면 어떨까.'
파도블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부산 신발기업들이 한 공간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브랜드를 소개하며,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다. 성수동이 수많은 팝업과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었듯이, 파도블 역시 '부산에 가면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공간'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산 신발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며, 신발산업 종사자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한다. 그래야 파도블는 단순한 편집숍을 넘어 부산 신발산업을 대표하는 문화 플랫폼이자 브랜드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언젠가는 관광객들이 "부산에 왔으니 광안리도 가고, 자갈치시장도 가고, 파도블도 꼭 들러보자"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날이야말로 파도블의 성공을 넘어 부산 신발산업이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파도블 출입구 정면/ 저자 제공]
이일형
지오힐대표/경남정보대학교 신발패션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