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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달리는 도시 부산, 러너지원공간이 의미하는 것
작성일 2026-06-23 조회수 376
[칼럼]달리는 도시 부산, 러너지원공간이 의미하는 것

2026-06-23 376


[칼럼]달리는 도시 부산, 러너지원공간이 의미하는 것

현장에서 확인한 러닝 문화의 변화

최근 부산 곳곳에서 러닝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대포 러너지원공간 개소와 경성대 인근 러닝 전문 공간의 등장 역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얼마 전 경남정보대학교 신발패션과 학생들과 함께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을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방문 전에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편의시설 정도로 소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학생들은 가장 먼저 "부산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냐"며 놀라워했다. 러닝을 즐기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학생들조차도 "이 정도 시설이면 운동하러 오고 싶다", "러닝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특히 야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밝고 세련된 외관, 깔끔하게 정비된 시설, 바로 앞에 펼쳐진 다대포 해변의 풍경은 학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학생들은 "이런 공간에서 러닝화 테스트 행사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 "부산 신발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사실 젊은 세대는 운동을 단순히 체력 단련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간다. 그런 점에서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은 단순히 탈의실과 물품보관함을 제공하는 시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곳은 부산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거점이며, 동시에 신발산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다대표 러너지원공간 전경]

러닝은 왜 하나의 문화가 되었는가

과거 우리나라에서 달리기는 오랫동안 특별한 사람들의 운동이었다. 마라톤 동호인이나 육상 선수들처럼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주말 아침 해운대와 광안리, 을숙도, 다대포를 가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러닝 크루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SNS에는 매일 새로운 러닝 기록과 러닝 코스가 공유된다. 이제 러닝은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개인의 운동 습관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더 이상 운동화를 판매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러닝 클럽을 운영하고, 아디다스는 러닝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호카(HOKA)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러닝 이벤트를 개최한다. 제품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면서 스포츠 산업의 경쟁력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리게 만들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다대표 러너지원공간 실내 탈의실]

러닝도시 부산의 가능성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다. 사람들이 러닝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뛰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옷을 갈아입고 짐을 보관할 곳, 운동 후 땀을 씻어낼 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도시가 러닝 문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코스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언제든지 부담 없이 뛰러 나올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가 한강공원 일대에 러너스테이션을 조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단순한 편의시설 설치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부산 역시 이제 그 흐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다대포를 시작으로 금련산역 인근에도 러너지원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부산시가 러닝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도시 문화의 한 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대표 러너지원공간 전경]

부산은 사실 러닝 인프라 측면에서 국내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다. 서울이 한강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부산은 바다와 강, 산과 공원이 함께 존재한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해안 코스, 이기대의 절경, 북항 친수공원, 을숙도 생태공원, 그리고 다대포의 노을길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러닝 환경이다. 특히 다대포는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독특한 풍경을 갖고 있어 해외 러너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신발산업과 만나는 러닝 생태계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부산 신발산업과의 연결 가능성이다. 학생들 역시 단순히 시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러닝화 개발과 테스트, 소비자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보았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러닝화가 부산 기업들을 통해 개발되고 생산된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직접 신발을 경험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았다. 만약 러너지원공간이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지역 신발기업과 연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개발된 러닝화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러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피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러닝 크루와 신발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테스트 이벤트도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운동화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부산이 ‘러닝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마라톤과 러닝 문화를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도쿄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수천억 원 규모의 관광산업으로 발전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위해 도시를 방문하고, 숙박하고, 소비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 부산 역시 광안대교를 활용한 마라톤, 해안 러닝 코스, 아름다운 야경과 해변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러너지원공간과 같은 인프라가 더해진다면 부산은 해양관광도시를 넘어 ‘러닝 관광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만드는 러닝도시

부산은 국내 최대 신발산업 집적지이지만 정작 '러닝 도시'라는 이미지는 아직 강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다대포 러너지원공간 개소, 광안리 제2 러너지원공간 추진, 러닝 크루 증가, 러닝 전문 공간의 등장 등은 부산이 제조 중심 도시에서 경험 중심 도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부산은 신발을 만드는 도시를 넘어 신발을 신고 달리는 문화를 만드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 부문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경성대학교 인근에는 러닝 전문 공간인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 다운비트 러닝’이 문을 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러닝 관련 매장은 주로 운동화를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러너들이 모이고 정보를 교류하며 문화를 공유하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보면 단순한 매장 이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러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와 브랜드 경험 요소, 그리고 러너들의 감성을 반영한 공간 구성은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러닝 문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경성대와 부경대, 남천동, 광안리 일대는 20~30대 인구가 밀집한 지역으로, 러닝 크루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지역에 러닝 전문 공간이 들어섰다는 것은 러닝 인구 증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의 러닝 문화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경성대 온 유어 마크 전경]

흥미로운 점은 다대포 러너지원공간과 같은 공공 인프라가 조성되는 시기에 민간에서도 이처럼 러닝 전문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은 러너들이 편하게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민간은 다양한 브랜드 경험과 커뮤니티 활동을 제공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가 도시 안에 뿌리내리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이 공공 부문의 투자라면, 경성대 러닝 전문 공간은 민간 시장이 부산 러닝 문화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여가를 보내며,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는가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은 규모로 보면 크지 않은 시설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부산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부산은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그리고 시민들은 그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탈의실이고 물품보관소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부산이 건강한 도시, 스포츠 친화 도시, 그리고 신발산업과 스포츠 문화를 연결하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다대포의 노을을 바라보며 달리는 수많은 러너들의 발걸음이 모여, 앞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갈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부산의 미래

다대포 러너지원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가 새로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 공간은 부산이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지역 산업과 도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부산은 바다와 강, 산과 공원이 어우러진 국내 최고의 러닝 환경을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여기에 러너지원공간과 같은 기반시설이 지속적으로 확충된다면 부산은 단순한 해양관광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러닝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광안리 권역의 제2 러너지원공간 역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안대교와 해변을 배경으로 달리는 광안리의 러닝 문화는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새로운 공간이 조성된다면 더욱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부산의 러닝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부산의 신발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러닝 인구가 증가하고 러닝 문화가 활성화될수록 기능성 러닝화와 스포츠용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실제 러너들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제품 테스트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러닝 행사와 커뮤니티,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한다면 부산은 단순한 신발 생산도시를 넘어 ‘러닝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대포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산 곳곳에서 시민들이 더 편하게 달리고, 더 즐겁게 운동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가 광안리와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지역 신발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이 더해진다면 부산은 러너들이 찾는 도시이자 러닝 산업이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건강, 도시의 활력, 그리고 신발산업의 경쟁력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부산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일형

지오힐 대표/경남정보대학교 신발패션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