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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장 입고도 운동화 신어"... 설자리 잃어가는 구둣방
작성일 2026-03-13 조회수 186
"정장 입고도 운동화 신어"... 설자리 잃어가는 구둣방

2026-03-13 186


 

  "정장 입고도 운동화 신어"... 설자리 잃어가는 구둣방

 

 

서울 구둣방 10년새 420개↓
직장인많은 광화문도 손님 뚝
"하루 2만원도 못벌어" 한숨
구두수선공 대부분 60.70대
장사안돼 가방 등 수선하기도
"당장 폐업하면 생계 막막해"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인근 구둣방 안에 재봉틀과 실타래가 놓여있다. 문소정 기자

"100명 중 95명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무슨 손님이 있어요? 지하철 한 칸에 구두는 한두 켤레뿐인데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60년째 구둣방을 운영 중인 박흥옥 씨(72)는 "직장인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동네임에도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시대 흐름에 따라 복장이 자율화되면서 이제는 정장을 입는 사람들도 운동화를 신는다"며 "하루에 2만~3만원 벌이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구둣방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 복장 자율화가 보편화된 데다 구두수선공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는 구둣방이 늘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시내 구두수선대는 695개로, 2016년(1117개)보다 약 38% 줄었다. 국가데이터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죽.가방.신발 수리업 종사자는 2021년 3134명에서 2023년 2938명으로 2년 만에 6.3% 감소하면서 감소세가 드러났다.

서울 중구 명동 서울중앙우체국 인근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윤현현 씨(68)는 "손님이 없어 1년에 한 번 내는 구두수선대 사용료와 도로세 200만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구두를 신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구둣방은 구두 외에도 운동화, 가방 등으로 수선 품목을 넓히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근처 한 구둣방에는 재봉틀과 실타래, 명품 가방이 놓여 있었다. 구두수선공 고 모씨(70)는 "한 달 전부터 가방 수선을 시작했는데 지퍼 교체부터 손잡이 보강, 흠집 염색 작업까지 맡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구두수선대에서 구두 광택.수선과 열쇠 수리.가공 이외에 다른 물품을 취급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두수선공의 생계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업종의 영업권 침해 소지가 있어 이들이 취급할 물품을 확대하는 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두수선공 대부분이 60.70대 고령층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 가죽.가방.신발 수리업 종사자 중 60세 이상은 2021년 787명에서 2023년 187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 모씨(65)는 예순이 넘었지만 구두수선공 중에선 막내뻘이다. 이씨는 "젊은 인력이 들어올 리 없고 지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구둣방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손님이 줄어도 쉽게 폐업을 결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내 나이가 70살인데 구둣방 문을 닫으면 할 일이 없다"며 "몸이 힘들어 영업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도 "구둣방 운영 수입으로는 겨우 밥만 먹고 살 정도지만 60대 중후반인 내가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노년층이 새로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60대 이상 신규 채용은 120만2000개로 전년보다 1만3000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구두수선공에 대한 직업전환 관련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 60.70대 고령층이 새로운 직무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만큼 노인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소정 기자 / 이수민 기자]

문소정 기자(mun.sojeong@mk.co.kr),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03-11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