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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길산 시인의 신발 이바구㊷ 신발특구
작성일 2023-03-26 조회수 371
동길산 시인의 신발 이바구㊷ 신발특구

2023-03-26 371


신발 이바구신발특구

 

"감성 자극하는 신발도시, 부산진구"

 

신발산업 성장거점 특구 지정 확정.’ 202111월 부산진구청 청사 외벽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다. 성장거점이니 특구니 문구가 좀 어렵다. 요약하자면 부산진구가 신발 특화 자치구로 지정됐다는 이야기다. 부연하자면 한국 신발산업을 대표하는 부산진구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신발 특구로 지정됐고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이다.

부산진구는 대기업 발상지였다. 타지에서 발상해 부산진구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LG그룹과 삼성그룹이다. 두 그룹의 발판이 부산진구 연지동에 있던 락희화학과 부전동에 있던 제일제당이었다. 전포동 황령산 자락에는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있었고 범천동 동천 주변에는 세계 최대의 합판공장 동명목재가 있었다.

정말? 모르는 이는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매연을 내뿜는 굴뚝산업으로 눈총주기 이전만 해도 어디랄 데 없이 높다란 굴뚝이 경제수도부산진구를 멀리서도 보이게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압도적 1위는 신발이었다. LG화학도, 제일제당도, 신진자동차도, 동명목재도 부산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했지만 신발은 그 모두를 뛰어넘었다. 부산진구 신발은 그 모두를 뛰어넘어 세계를 대표했다.

삼화, 보생, 태화, 동양, 진양, 대양. 부산진구 신발 대기업 면면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세계챔피언이었다. 둘은 일제강점기부터 부산진구에 있었고 둘은 한국전쟁으로 피란 와서 부산진구에 있었으며 둘은 1960년대 이후 부산진구에 있었다. 1990년대 초반 폐업하거나 이전하기 전까지 이들은 부산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며 세계 신발시장, 그중에서도 가죽운동화 시장에서 단연 톱이었다.

부산진구에서 신발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세계챔피언 기술을 이어받은 달인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협동체는 부산진구의 전통과 영광을 오늘에 재현하며 내일로 나아간다. 거기에 지방자치단체가 가세해 조례를 만들고 재원을 조달하고 중앙정부 지원까지 끌어냈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한국 유일의 부산진구 신발특구.

특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이를 위해 지역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규제를 완화하거나 필요하면 권한을 이양한다. 지자체의 중장기 지역발전 계획을 고려해 지역발전 파급효과가 크거나 선도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2004년부터 선정해 왔다.

선정하는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 20226월 현재 196곳이 특구로 지정돼 있다. 서울이 13군데, 부산은 9군데다. 참고로 부산 9군데는 다음과 같다. 컨벤션·영상·해양레저특구(해운대구) 미역·다시마특구(기장) 차이나타운특구(동구) UN평화문화특구(남구) 문화예술교육특구(금정구) 문화교육특구(동래구) 감천문화마을특구(사하구) 신발특구(부산진구) 글로벌하이메디허브특구(서구).

전국 196곳 중에서 유일한 신발특구! 부산진구는 신발특구 지정을 위해 다각도로 준비했다. 산학이 힘을 합쳤고 민간과 공공이 힘을 합쳤다. 20218월 부산진구 주최로 열린 부산진구 서면 신발산업 성장거점 특구추진을 위한 주민공청회의 참석자 면면에도 그게 보인다. 부산진구 신발 전문가가 죄다 모였고 신발산업진흥센터, 한국신발피혁연구원, 동의대 산학협력단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같은 신발 지원·육성 기관이 죄다 모였다. 지역특구 TF팀을 구성하고 연구용역에 중기부 컨설팅, 구의회 의견 청취 등 공청회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산진구는 마침내 2021115일 신발특구 지정이란 성과를 거뒀다.

 

 

* 부산진구가 한국 유일하게 신발특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구청 청사에 내건 대형 현수막. 특구로 지정되면서 5년 동안 무려 320억 원의 투자 혜택이 있다. 경제는 경제대로 살피면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도시가 기대된다. 사진 제공=부산진구청  

 

신발특구 부산진구가 받는 혜택은 다양하다. 5년 동안 무려 320억 원이 투자된다. 신발산업 중심도시 신발산업 연계 청년창업 신발산업 활성화 지원 등 이런저런 특화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생산과 소득 확충, 그리고 600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이 기대된다. 부산진구에 있는 한국신발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유재산법 등 5개 특례가 적용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참여의 폭도 대폭 늘린다. 단위사업 특화사업자인 KT&G를 비롯해 부산광역시, 부산중소벤처기업청,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한국신발피혁연구원, 동의대학교와 경남정보대학교 같은 기관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원한다. 부산진구는 참여·지원기관과 협력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제조·유통의 안정화, 그리고 신발산업과 연계한 청년창업 육성으로 부산진구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해 간다는 방침이다.

신발특구. 특구는 경제에 무게중심을 둔 개념이지만 신발특구가 주는 느낌은 경제보단 감성에 가깝다.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누구든 신발에 얽힌 추억담 한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신발특구를 계기로 경제는 경제대로 살피면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도시로 나아가면 어떨까 싶다. 신발을 내세워 특구가 된 부산진구의 감성 마인드에 박수를 보낸다.

dgs11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