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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선영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 "박연차 딸, 엄청난 혜택이자 마음의 짐"
작성일 2021-05-24 조회수 953
박선영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 "박연차 딸, 엄청난 혜택이자 마음의 짐"

2021-05-24 953



 

"박연차 회장의 딸이라는 것이 엄청난 혜택이면서도 마음의 짐이었죠"

 

한국 신발 산업계의 거목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장녀 박선영 더하우(THE HOW) 영성경영연구소 대표를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박 회장은 1971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창업해 50여 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태광실업을 세계적 신발제조업체로 키웠고, 지난해 1월 별세했다.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태광실업과 그 계열사 등에서 선친의 사업을 돕다 2009년 고 박 회장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구속되면서 태광실업의 대표를 맡아 경영을 이끌기도 했다.

박 대표는 태광실업을 떠나 연구소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삶과 경영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태광실업에서 근무하던 1998~2003년 시기의 자신을 '중환자'에 비유했다.

환경과 조건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자기 본성에 대한 이해 없이 살아온 데 대한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아버지의 엄청난 자산에 대해 "바탕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저에게는 그 좋은 복이 감내하기 힘든 짐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 박 대표는 2013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의 조용한 시골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람 문제’에 때문에 고민하는 기업의 오너나 전문 경영인들이 많이 찾는데 요즘은 일반인들도 알음알음 오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영성 경영’의 비전을 널리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영성'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 우주의 기운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존재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깨달았을 때 모든 일의 본질이 파악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대학이나 협회, 컨설팅사 등에서 운영하는 AMP(최고경영자과정)와 같이 경영이론이나 사업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기업 경영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내부 제도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구성원들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러나지 않는 잠재력을 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또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목표를 높게 잡고 욕심을 크게 부리라고 다독이고, 움츠려 있지만 말라면서 ‘간땡이(간)’를 키워주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집안 이야기로 돌아가 태광실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태광실업은 아버지가 피와 정성과 땀으로 만든 회사"라며 "저는 거기에 숟가락 하나 얹을 자격도 안 된다.

내가 욕심을 내는 것은 그분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광실업이 잘 되길 누구보다 바라지만 그보다는 영성경영을 널리 알리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큰일이다.

세상에 없던 일을 이뤄나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지금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보람 있고 만족한다"면서 "우리 사회에는 어른이 없다.

나무라고 호통치는 선생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맡은 태광실업의 고문 직함도 조만간 벗어던지고 연구소 운영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에 진출해 영성 경영 기법을 퍼뜨리는 장기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박 대표는 "영성이라는 개념으로 경영을 고민하는 곳은 대한민국에, 아니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다.

사람의 근본적 잠재력을 일깨워내고, 이론은 물론 영적인 잠재력을 갖춰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누구든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1-05-17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