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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수동 구두공장 50곳 폐업 … 수제화 기술 사라진다"
작성일 2020-12-18 조회수 1741
"성수동 구두공장 50곳 폐업 … 수제화 기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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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고 있다.
식당 상점가 전통시장 선술집 등에 손님이 뚝 끊겼다.
북적되던 유명 쇼핑거리도 한산하다.
소상공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도 매서운 한파만 몰아치고 있다.
구두 명장으로 꼽히는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도 코로나19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지난 9일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성수동 사무실에서 전통버선 디자인을 활용한 신발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매월 임대료 내기도 어렵다.
가장 힘든 시기다.
" 지난 9일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전태수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구둣가게는 연말을 앞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하루에 손님 1~2팀에 불과하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 성수동 인근 구두업체 50여곳이 문을 닫았다.


전 대표는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긴 숨을 내쉬었다.


전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구두명장이다.
2016년 성수동 제1회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선발대회에서 '1호 명장'으로 꼽혔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미국 순방 때 김정숙 여사의 버선코를 닮은 구두디자인이 화제가 됐다.
이 구두를 만든 이가 전 대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한국방문 당시 신었던 빨간 '꽃신'도 전 명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작업한 유홍식 명장과 함께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전 명장이 운영하는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유명세를 타고 손님이 이어졌다.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런 기쁨은 잠시였다.
긴 장마와 코로나19로 구두 명인조차 매월 임대료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수제화 공장이 문을 닫으면 수제화 기술도 사라진다.
현재 수제화 구두는 저렴한 중국산과 대량생산 제품에 밀리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 창의적인 수제화 기슐이 유지돼야 할텐데…" 전 명장에게는 월세 마련보다 수제화 구두의 미래에 대한 고심이 더 컸다.


전 명장의 구두 인생은 아픔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14살에 서울로 상경한 이후 52년간 구두제작은 그의 천직이었다.
서울 영등포 구두공장에서 잡일을 도우며 구두인생을 시작했다.
다락방에서 쪽잠을 자며 기술을 익혔다.
"그때 망치 손잡이로 머리를 엄청 맞으며 기술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명동의 고급 살롱화를 만드는 유명한 회사에서 11년간 일한 후 1991년 독립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구두를 제작했다.
성실함과 실력으로 사업은 번창했다.
전국 주요도시 매장에 구두를 납품했다.


IMF는 그동안 쌓아 놓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집부터 차, 공장 등을 부도로 날렸다.
가정에도 큰 아픔이 닥쳤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아들이 눈에 밟혀 다시 힘을 냈다.


취직을 했다.
성실함과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한 회사에서 집을 구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2014년 성수동에 가게(JS슈즈디자인연구소)를 다시 열었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전 명장의 새로운 기반이 됐다.


영등포에서 시작한 그의 구두 인생은 서울역 염천교를 거쳐 명동, 성수동까지 국내 수제화 구두 역사와 닮은꼴이다.


전 명장의 철학은 '발이 편한 신발'이다.
발은 신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이유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는 고객의 발 크기, 형태 등을 고려해 섬세하게 작업한다.
고객의 발 형태와 몸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라스트(구두 만드는 틀)를 정한 후 구두를 제작한다.


정·재계 유명인사들은 물론 연예인, 무대에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는 가수들이 JS슈즈디자인연구소에 수제화 제작을 의뢰하는 배경이다.
JS슈즈디자인연구소 신발은 '발이 편안 신발'로 알려졌다.


전 명장은 "좋은 신발은 브랜드가 아니라 발이 편한데 있다.
발에 피로가 쌓이는 건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다.
편한 신발을 신으면 몸의 균형도 잡아 주고 피로감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전 명장의 JS슈즈디자인연구소가 2020년 소상공인공동브랜드 케이태그(K.tag)에 선정된 것이다.
케이태그는 '대한민국 대표'라는 의미로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 사회공헌 활동 등 모범적인 소상공인 업체를 인증하는 소상공인 공동브랜드다.


인증 업체는 △신선함과 건강함 △진심담은 서비스와 감동 △특별함과 문화 △스마트한 혁신 △명인의 솜씨 등 케이태그의 5가지 주제 중 적합한 부분에 선정된다.
선정업체는 소상공인연합회(KFME) 공동브랜드 인증에 대한 사용권과 현판을 부여받게 되며, 홍보를 비롯한 법률 세무 노무 등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2020-12-16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