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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후테크 열전②]제클린, 제주도호텔 '폐기 침대보'로 신상품 만든다
작성일 2024-04-10 조회수 252
[기후테크 열전②]제클린, 제주도호텔 '폐기 침대보'로 신상품 만든다

2024-04-10 252


 

[기후테크 열전②]제클린, 제주도호텔 '폐기 침대보'로 신상품 만든다 

제주 폐침구류로 순환 자원형 섬유 재생 서비스

412t, 제주도의 숙박업소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침구류의 양이다. 제주도의 객실 수는 약 8만 개, 한 개의 객실에서 연간 5.2㎏의 침구류 폐기물이 나오는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3.2㎏을 60% 이상 웃돈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침구류의 사용 주기가 짧고 그만큼 많이 버려지는 것이다. 차승수 제클린 대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폐침구류를 수거해 재생 원료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침구류를 파쇄해 재생 실과 원단을 만든다. 이는 다시 수건이 되고, 베개 커버가 되고, 양말이 되고, 옷이 되고, 신발이 된다. 제클린은 올해 지난해보다 5배 증가한 50t의 숙박 폐기물을 수거하기로 했다.

 


차승수 제클린 대표가 순환 자원형 섬유 재생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일 차 대표는 "버려지는 섬유가 너무 많은데,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 회사가 다 할 수도 없다"며 "생태계를 만들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SK플래닛 등 대기업에서 일하던 차 대표는 2017년 말 제주도에서 제클린을 설립해 사업을 하다 이 섬 안에서 버려지는 숙박용 침구 및 의류 폐기물의 99%가 소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숙박업소가 많은 제주도에서 침구류 세탁 서비스를 하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세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제클린의 첫 사업 모델이었다. 차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발견한 숙박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는 것이 사업 확장에 있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호텔 등에서 버려달라는 것 중 정상적인 제품이 너무 많았다"며 "이를 해결하면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기업 유니폼, 공장 작업복 등 버려지는 섬유 문제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제클린은 면화 기반의 원료로 재생하는 업사이클링 솔루션을 만들기로 했다. 재활용 한 번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버려진 섬유를 재생해 제품을 만들고 이 제품이 다 사용된 후에는 다시 재생 원료가 될 수 있는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재생을 위해 폐침구류를 보관하는 제클린 공장

제클린의 제주도 사무실 20여명 직원의 업무는 숙박업소에서 침구류를 버리면 시작된다. 현장에서 상태를 보고 수거해 공장에서 분류 작업을 한다. 다음에 세탁 과정을 거쳐서 100% 면 원단만 남도록 해체한다. 그다음 파쇄해 실을 만드는 공장에 보낸다. 이 실을 받아서 원단을 만들고 이 원단을 납품하면 제품이 된다. 파쇄까지는 제클린이, 실과 원단을 만드는 것은 협력사와 협업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제클린은 섬유 재생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재생 플랫폼 ‘리피트(REFeat)’를 선보였다. 차 대표는 "재생 원사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침구를 파쇄해 광주의 일신방직에서 실을 만들고 대구에서 원단을 만들어 부산에서 신발이 생산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제클린이 이렇게 재생 원사를 가공해 만든 수건 등의 제품은 다시 호텔에 대량 납품되고 있다. 재생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게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공급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출은 10억원대였지만 올해는 4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국내에서 성과가 구체화하면서 다음 목표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중고 의류가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지만 90%가 현지에서 버려지는 문제 등 제클린의 솔루션이 적용될 수 있는 시장은 많다고 보고 있다. 차 대표는 "선진국에서 버린 침구류 폐기물이 후진국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선 각 국가에 맞는 재생 구조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제대로 프로세스를 구현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솔루션 수출 기회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2024-04-09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