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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구동화, 구두와 운동화의 경계를 허물다!
작성일 2026-05-21 조회수 1142
[칼럼] 구동화, 구두와 운동화의 경계를 허물다!

2026-05-21 1142


[칼럼] 구동화, 구두와 운동화의 경계를 허물다!

‘패션 마켓을 뒤흔드는 ‘구동화’ 신드롬과 향후 전망.

최근 국내 패션 트렌드 소식지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구동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신발 업계에서 수십 년간 종사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에게도 이 명칭은 다소 생소하거나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구두면 구두고, 운동화면 운동화지 구동화는 또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낯선 단어는 현재 패션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카테고리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구동화'라 불리는 하이브리드 신발은 잠시 반짝하는 유행이나 스몰 트렌드로 단정 짓기엔 이미 시장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업계가 이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미지출처: AI플랫폼을 활용해 필자가 작성한 인포그래픽]

'이보게 전문가 양반, 내가 왕이 될 상인가?'

MZ세대를 주축으로 확산 중인 구동화 열풍 이전의 슈즈 시장은 이렇다 할 강력한 메가 아이템이 부재했다. 마치 왕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각 제후국이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각 브랜드의 똑똑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아이템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였다.

나이키의 ‘에어포스’, 아디다스의 ‘쌈바’, 아식스의 ‘젤 카야노’ 뉴발란스‘1906’시리즈 등이 몇 년째 신발 마켓의 강자로 군림하는 형태, 즉 각 부문의 스테디셀러 위주로 흘러가는 트렌드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20여 년 전쯤, 국내 신발 업계의 한 베테랑 MD가 필자에게 건넸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친다.

“한국의 신발 시장은 아주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인구 5,000만 안팎의 크지 않은 나라에서 ‘도메스틱 브랜드(국내 자체 브랜드)’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매출을 기록하고, 이로 인해 국내 산업이 활성화되는 현상은 정말 이례적이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단 말야.”

그의 말대로였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신생 브랜드 열풍을 일으킨 EXR을 필두로 내수 브랜드들 간의 경쟁은 정말 대단했었고, 각 브랜드마다 VIP 고객들과 충성 고객들의 열기도 상당했다. 당시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아식스’라는 국보급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은 역동적인 도메스틱 브랜드 열풍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소비자가 선호하는 개인의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파편화된 신발을 선택하는 분위기였을 뿐이다. 때문에 일본 시장 조사를 갈 때마다 그 MD와 필자는 “언젠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메가 히트작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신발 소비 형태가 바뀌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우리 두 사람의 예견은 적중했다. 국내 신발 시장은 2010년대 중반을 넘어오며 앞서 말한 일본의 소비 형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한 번에 휘어잡는 압도적인 메가 아이템은 점차 자취를 감추었고, 각 부문의 강자, 즉 한 분야의 히트 아이템만 살아남는 ‘카테고리 킬러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장기화된 경제 침체, 주도 세력의 세대교체,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 등 다양한 이유가 얽혀 있었겠지만, 그렇게 국내 신발 시장의 뜨거웠던 황금기는 점차 저물어 가는 듯 보였다.

이러한 고착화된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기세로, 마치 구원 투수처럼 등장한 아이템이 바로 ‘구동화’이다. 20여 년간 스포츠 및 패션 슈즈 디자인의 최전선에서 제품 디자인과 개발을 진행해 온 필자의 가슴마저 다시금 두근거리게 만들 만큼, 구동화의 등장은 최근 침체된 신발 업계에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언어유희에서 시작된 하이브리드 장르

그럼 이제부터 구동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하자.우선 구동화(혹은 구둥화)라는 생소한 신조어의 유래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두와 운동화가 믹스된 스타일을 본 누군가가 ‘구동화’라는 합성어를 만들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유머러스함에서 알 수 있듯, 구동화라는 명칭은 신발 분류상 정식 카테고리는 아니다. 전문 학술적 입각에 따른 분류라기보다는, 대중들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에서 파생된 장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구동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그렇다면 구동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신발을 의미할까? 구동화는 단어 그대로 ‘구두’와 ‘운동화’의 줄임말이 명사화되어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서로 전혀 다른 극과 극의 영역에 있는 두 장르가 믹스된 만큼, 정확히 ‘구동화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실무적으로 꽤나 난해한 면이 있다. 구두의 갑피에 운동화의 아웃솔을 붙인 것을 말하는지, 아니면 운동화의 기능성에 구두의 포멀한 실루엣을 입힌 것을 말하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의 머릿속에 이 모호한 개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존재한다. 몇 해 전 혜성같이 등장한 글로벌 아이돌 그룹 ‘뉴진스(NewJeans)’가 무대 위 퍼포먼스는 물론 일상 스냅숏에서도 이 하이브리드 슈즈를 착용하며 수면 위로 빠르게 부각된 것이다.

이때가 바로 우리나라 대중에게 구동화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하나의 거대한 ‘구동화 신드롬’이 시작된 도화선이 되었다.

이렇듯 핫하게 등장한 구동화는 사실 이름만 달랐을 뿐, 이미 과거에도 존재했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락포트(Rockport)’와 ‘알도(Aldo)’이다. 이들은 뛰어난 편안함을 무기로 국내에서도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락포트는 기능성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컴포트화로 대중성을 확보했고, 알도는 비즈니스 캐주얼화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포멀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공공기관 및 기업체의 복장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전환되면서, 구두의 형태를 유지하되 발이 편안한 캐주얼화들이 직장인들에게 널리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 등 유연 근무 환경이 도입되면서 드레스화와 비즈니스 캐주얼 시장의 수요는 대폭 줄어들었고, 대중이 완전히 편안한 스니커즈로 시선을 돌리면서 구동화의 초창기 열기는 잠시 식어가는 듯했다.

이후 구동화는 2010년대 후반 어글리 슈즈 열풍과 맞물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들이 과감하고 벌키(Bulky)한 아웃솔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는 대중들이 일상에서 소화하기에는 지나치게 전위적이었고, 명품 브랜드 특유의 높은 가격 장벽 때문에 대중적인 메인 트렌드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이브리드를 넘어 현대인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으로

과거의 구동화가 단순히 두 장르를 물리적으로 섞어놓은 ‘변종’이나 중장년층의 기능적 선택지(컴포트 슈즈)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구동화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독립된 ‘스타일 장르’로 진화 중이다.

정장의 격식은 오롯이 유지하면서 운동화의 기능성을 완벽하게 이식한 구동화는 이제 오피스룩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실용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전통적인 구두는 기피 대상 1호다. 이들은 '보여지는 격식'만큼이나 '나의 신체적 편안함'을 핵심 가치로 여기며, 일터에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원한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구동화는 단순히 신발 한 켤레의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필수 전략 아이템이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미팅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면서 발의 피로도를 낮추는 영리한 솔루션인 셈이다.

현재 시장은 2030 세대를 주축으로 구동화의 열기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어 나이키, 뉴발란스 같은 정통 스포츠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에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정통 드레스 캐주얼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스며든 구동화 스타일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필자가 편집한 브랜드별 대표적 구동화 이미지]

2026년 패션 트렌드와 구동화 신드롬의 상응 관계:

'보더리스(Borderless)' 시대의 필연적 동행

그렇다면 뉴진스 신드롬과 패션 미디어들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한 구동화 트렌드는 오늘날 2026년 패션 마켓의 메인 패러다임과 어떻게 맞물려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동화는 현재 패션계를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의 가장 완벽한 '페르소나'이자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경계의 소멸, ‘오피스코어(Office-core)’와 ‘워크레저(Workleisure)’의 정점

2026년 현재 패션 마켓은 일터와 일상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보더리스(Borderless)' 시대를 지나고 있다. 유연 근무의 편안함과 출근의 격식이 결합된 패션 스타일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격식을 갖춘 상의에 캐주얼한 하의를 매치하거나 포멀한 수트에 스포티한 요소를 더하는 믹스매치가 일상이 되었다.

구동화는 이러한 '오피스코어'와 '워크레저' 트렌드를 발끝에서 완성하는 핵심 피스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운동화의 쿠셔닝으로 피로를 줄이고, 회의실에서는 구두의 포멀함으로 비즈니스 매너를 지키고자 하는 현대인의 이중적 요구를 정확히 관통한다.

'웰니스(Wellness) 하이엔드' 감성과의 결합

과거의 웰니스가 단순히 운동복을 일상에서 입는 '애슬레저'에 머물렀다면, 2026년의 웰니스는 '아름다우면서도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하이엔드 감성으로 진화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멋을 위해 척추 건강이나 발의 통증을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 명품 브랜드들이 보여주었던 과하고 기괴한 디자인에서 탈피하여, 나이키와 뉴발란스 등 스포츠 거인들이 축적한 고도화된 생체역학적 기능성(미드솔 기술, 충격 흡수 등)이 세련된 구두의 외형과 결합된 현재의 구동화는 '건강한 멋'을 추구하는 패션 철학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도메스틱 브랜딩과 글로벌 메이저의 '협업(Collaboration)'

앞서 언급했듯, 한국 시장은 취향이 파편화된 '카테고리 킬러'의 시대를 거쳐왔다. 2026년 슈즈마켓은 이 파편화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의 기술력'과 '도메스틱·디자이너 브랜드의 감도 높은 디자인'이 결합하는 콜라보레이션이 늘어 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포츠 브랜드의 기능성 아웃솔을 적용한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구동화를 보며 신선함을 느끼고, 이를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메가 히트작 하나에 모두가 종속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 구동화라는 거대한 대분류에서 하위분류로 나뉘듯,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디자인으로 세분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 AI플랫폼을 활용해 필자가 작성한 인포그래픽]

일시적 유행을 넘어 새로운 '뉴클래식'으로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머러스한 언어유희로 시작해 '뉴진스'라는 문화적 촉매제를 거친 구동화는, 이제 2026년 직장인들의 복장 규정(Dress Code)을 새로 쓰는 '뉴(NEW)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에스콰이아의 부승수 기획팀장은 필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동화 신드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구동화는 과거에도 존재하긴 했으나, 최근 20-30세대를 주축으로 구동화 인기는 하나의 아이템이나 스몰트렌드로 치부하기엔 그 기세가 상당합니다.

구두 갑피에 편안함을 추구하는 운동화 아웃솔을 장착한 스타일 뿐만 아니라, 에스콰이어의 경우, 외형은 100% 구두 디자인이지만 운동화의 아웃솔 공법을 도입해 쿠셔닝과 경량화를 실현한 제품판매율이 최근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볼 때 향후 구동화는 카테고리를 확장해 별도의 신발 장르로 분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라며 조심스레 구동화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랜 세월 신발을 디자인해 온 필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건대, 구동화는 실용성과 건강, 자기표현과 격식이라는 현대 패션의 난제를 모두 해결한 스마트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따라서 구동화 트렌드는 앞으로도 단순한 신발의 한 장르를 넘어,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는 가장 역동적인 문화적 지표로서 패션 마켓의 한 축을 당당히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구동화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격식을 차리면서도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욕망이 발끝에서 발현된, 신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경계를 허물며 진화하는 이 흥미로운 발걸음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슈즈 디자이너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 행보를 기대해 본다.


김 지 강 現 ㈜빅토스 디자인 실장

㈜빅토스 신발 디자인 실장.
現) 한국 신발관 강사 활동중.
現) 부산 테크노파크 강사 활동중.
2024 미국 덴버 주립대학교 산업디자인과 A.I 신발디자인 특강진행.
2024 부산 동아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A.I 신발디자인 특강진행.
2024 부산대학교 디자인 메이커 페어 A.I를 활용한 신발디자인 강의진행.
2025 부산 동의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신발디자인 특강진행.
2025 K2코리아 전문인력대상 ‘AI를 활용한 신발디자인 특강’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