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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설왕설래] 여군 하이힐
작성일 2021-07-07 조회수 633
[설왕설래] 여군 하이힐

2021-07-07 633



 

기원전 4세기 때 그려진 그리스의 테베 고분 벽화에는 하이힐이 등장한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신고 있다.

당시 남성들은 말을 탈 때 등자에 발을 넣으면 고정이 잘되기 때문에 하이힐을 신게 됐다고 한다.

하이힐이 원래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이힐 유행을 이끈 주인공은 절대권력을 휘두른 17세기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다.

작은 키(163㎝)에 열등감을 가진 그는 10㎝ 빨간 굽이 달린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궁중에 드나드는 사람 외에는 빨간 하이힐을 신을 수 없도록 금지령도 내렸다.

이후 귀족들이 따라 하는 바람에 하이힐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여왕이나 퍼스트레이디의 옷이 금세 ‘완판’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거리에 오물이 많았던 중세 유럽의 환경도 하이힐 유행을 선도했다.

독일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풍속의 역사’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중세 이후 유럽인들은 집에 화장실이 없어 요강 등을 이용해 창밖으로 대소변을 투척했다.

포장이 안 된 도로는 비만 오면 오물이 뒤섞인 진흙탕이 됐다.

하이힐은 발을 더럽히지 않고 길을 가는 유용한 도구였다.

” 17세기에 지어진 베르사유 궁전에도 화장실이 없었다니 말해 무엇하랴.

 

하이힐은 20세기 들어 여성 구두의 대명사가 됐다.

오늘날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는 스틸레토 힐(뒷굽이 가늘고 아찔하게 높은 구두)은 조각을 전공한 프랑스 디자이너 로제 비비에가 1954년 처음 선보였는데 디자인이 독창적이었다.

배우 메릴린 먼로는 “여성은 하이힐을 발명한 자에게 빚을 졌다”며 칭송했다.

 

 

우크라이나가 독립 30주년 기념 군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전투복 차림의 여성 장병들에게 하이힐을 신기려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군대의 퍼레이드는 장병들의 위용과 전투력을 과시하는 행사다.

여군들이 전투화를 착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는 여군에게 하이힐을 신기려는 황당한 발상을 했다.

퍼레이드를 여군의 각선미를 보여주는 행사쯤으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7년 전 허약한 군사력 탓에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이런 정신상태로는 패전의 멍에를 벗어날 길이 없다.

 

[2021-07-05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