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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업탐방]한국을 넘어 세계로│하백디자인 하용호 대표
작성일 2022-09-30 조회수 1859
[기업탐방]한국을 넘어 세계로│하백디자인 하용호 대표

2022-09-30 1859


이번 신발人은 제네바 국제 발명 전시회에 '은상'을 수상한 하백디자인의 하용호 대표를 인터뷰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은 제품의 소개와 신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1. 신발 디자인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82년 7월 ㈜국제상사 공채 11기로 입사하여 내수개발부 PRO-SPECS 담당으로 보직을 받게 됩니다. 이 시기는 전문적인 디자인 전공자들이 신발 디자인에 입문하는 초기였기 때문에 많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신발 산업에 몸을 담는 때였습니다. 특히 부산은 신발의 도시였던 관계로 디자이너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우선 부서 자체 교육으로 신발의 기초 교육, 개발 업무에 필요한 소양 교육(신발 제원, 디자인 개발에 필요한 패턴, 설계 교육 및 제조 공정 이해) 등을 교육 받았습니다. 당시는 제조 기업이 브랜드 사업을 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별도의 디자인 부서를 두기 보다는 디자이너가 개발실 내에서 디자인, 패턴, 설계, 작업지시서, 샘플 제작 관리 등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여서 지금의 브랜드 디자이너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디테일한 지식을 지닌 디자이너로 성장을 할 수가 있는 조건 이였습니다.

 

 

2. 지금까지 신발 현업에 계시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제품이 있으신가요?

 

  나의 신발 디자인 여정은 회사 생활을 할 때의 작품들과 개인 디자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만들어낸 작품들로 나누어 볼 수가 있습니다. PRO-SPECS 시절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용 28종목의 전문 경기화 작업에 참여한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브랜드가 이때의 노하우를 살리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기 때문에 더욱 생각이 나고 앞으로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꼭 참여하여 새로운 신발 산업의 중흥에 이바지하고 싶은 열망도 남아 있습니다.

 

1997년 5월부터 신발 디자인 기업을 운영하면서는 국내 유수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생산 모델들이 500여점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라톤 디자인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겠습니다. ASICS, PROSPECS, Lecaf, FILA, RAPIDO, Vitro 등의 마라톤화를 디자인 했으며, 달리기 대회 현장에서 이들 제품을 마주하는 것은 많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또한 하백디자인연구소가 추구하는 창의적 기능성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 개발품들도 생각이 납니다. 신발의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격의 흡수와 운동력 증진을 위한 반발탄성 기능을 동시에 갖춘 기능성 연구는 나의 화두였으며, 다수의 지식재산권으로 특허 등록으로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PRO-SPECS ‘R’ 시리즈에 적용한 기능성입니다. 이 시스템은 나중에 자체 개발품으로 GOOD DESIGN을 받게 됩니다. 신발디자인 전문 회사라면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기능성에 바탕을 둔 신발디자인을 할 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함을 실행한 사례입니다. 한편으로 하백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도 전문 경기화를 개발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FILA에서 공급한 북한 선수단용 복싱, 레슬링, 탁구, 배드민턴, 배구, 마라톤 경기화를 긴급으로 제작하여 공급한 기억도 납니다. 가슴 아픈 경우도 있는데, 2008년 WBC, WBO 통합 복싱 세계 챔피언 ‘최요삼’ 선수의 복싱화도 수차례 개발하여 제공을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1차 방어전 후,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가슴 아픈 경험도 하였습니다.


 





 

 

3. 국제상사에서 세원 아식스로 이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스펙스에서 세원 아식스로 가시게 된 계기와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PRO-SPECS에서 88올림픽 경기화를 담당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선진 브랜드의 경기화를 수집하는 일과 화형(LAST)을 개발하는 일이였습니다. 당시 최고의 경기화 브랜드는 ASICS와 ADIDAS이였습니다. NIKE는 경기화 부분에서는 아직 본 궤도에 올라오지 못하던 시기였지요. ㈜국제상사의 해외지사, 판촉부, 수출부 등을 통하여 필요한 경기화를 해외에서 구매하여 이를 바탕으로 LAST를 제작하였는데, 경기화 내부에 석고액을 부어 응고 후 신발을 이탈시켜 화형 제작 장인의 손에 의하여 LAST 형태를 만들어 신발을 제작한 후, 수많은 착화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LAST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부러운 점은 선진 브랜드의 경기화가 지닌 탁월한 착화감이였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화형의 적정성, 소재의 우수성, SOLE 소재 물성 및 사출 등 부품들의 뛰어난 디테일이 전체적으로 어울려서 최상의 경기화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였습니다.

 

 그래서 ASICS, ADIDAS를 무한히 동경하던 중에 1985년 4월 막 ASICS 제조를 시작한 ㈜세원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와 배를 갈아타게 되었고 이곳에서 13년간의 ASICS R&D 생활을 끝내고 1997년 5월에 현재의 하백디자인연구소를 설립,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제품은 1985년에 개발된 GEL을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국내에 Phylon(ASICS는 C.M.E라고 부른다)을 사용한 GT-Ⅱ라는 모델을 접한 사건입니다. GT-Ⅱ는 일본 ASICS 개발의 핫세 과장이 디자인한 제품인데, 당시 수입 소재의 우수성과 GEL 이라는 충격 기능물, Phylon sole의 형태, 질감, 기능성 등은 실로 경이롭게 생각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ASICS 국내 제품의 90% 이상을 내 손으로 디자인했던 시절들도 미래를 위한 큰 자원이 되었고, ASICS의 우수한 런닝, 마라톤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재산이 되었습니다. 


 

 

4. 2022년 제네바 국제 발명 전시회에서 은상을 수상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제네바 국제 발명 전시회 은상을 수상한 제품은 2017~18년 R&D를 하여 2019년 4월에 와디즈 펀딩으로 런칭을 시작한 자체 브랜드 ‘꼬맘슈(kkomomshoe)’ 제품입니다. ‘꼬맘슈’는 아동들이 어릴 때부터 모바일, TV에 과노출 되어서 신체 활동력이 부족하여 아동 비만이 생기고 이것이 나중에 성인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통계를 기초하여 LED Beam을 이용하여 신발에 부착된 캐릭터 내부에서 발 앞으로 Beam 그림을 투사하여 아동들이 이것을 따라 걷고 뛰게 하여 동적인 행동 변화를 꾀하여 신체 활동성을 높인다는 컨셉으로 개발된 발명 제품입니다. 단순히 신발의 범위를 넘어서 LED Beam, 렌즈, 필름, CPU(반도체), LR-44 전지 등 신발산업과 전기, 전자산업을 융합한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런칭 후, 소비자(아동)를 대하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혁신 점은 아동들이 신발에서 나오는 Beam 그림을 가지고 바닥과 벽에 비추면서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의 매개체로 이용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입니다. 아동과 부모 간의 대화가 그만큼 없다는 증거입니다. 창의적인 제품이 있으니 아동들이 스스로 대화하며 사회성을 키운다는 중요한 점을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을 간파한 부모님들은 ‘꼬맘슈’를 확실히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 및 디자인적인 혁신성을 인정받아 ‘꼬맘슈’는 2018년 국제첨단신발기능경진대회에서 1등상(사업성 부문), 2018년 GOOD DESIGN 선정, 2019년 it Award 대상 등을 수상하게 되었으며, 금년 4월에는 2022년 제네바 국제 발명 전시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5. OEM 산업에서 비전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내가 신발 산업에 입문했던 1982년 당시에도 신발과 섬유는 노동집약산업이라고 하여 사양 산업으로 분류를 하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수출 비중 5위권 이내에 들어 있는데도 그렇게 분류를 하였지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무책임한 말들입니다. 선진 브랜드가 지금도 자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적 한계와 산업의 발전은 무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신발산업의 경영자들이 수익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먼저 해외 생산 기지 이전에 주력했던 결과들이 국내 제조 기반 축소내지는 몰락을 앞 당겼다고 봅니다. 우리 부산의 신발 산업의 약점은 오-더를 수주해야만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는 OEM 기반에 너무 치우쳐있다는 점입니다. 즉, 오-더를 수주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로는 브랜드에 종속되어버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조 기업 각자가 우리 공장만의 제조기술력, 개발 능력에서 차별성을 만들어서 브랜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우보다는 대등하게 공생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에서도 부산 제조 기업이 죽으면 브랜드도 죽는다는 점을 알고 공생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제조 기업들 간에도 무차별적인 수주 경쟁에 매달리지 않고 기업마다 특징을 살려서 서로가 협업도 시도해 보는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제조 기업 간의 M&A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부산의 신발 산업은 현재의 브랜드 기업의 성장에 의하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의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브랜드들은 얼마나 연구 개발에 힘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국내의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은 수출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비중 있는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누구도 찾아주고 있지 않지만 정작 본인들은 무사태평입니다.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들은 벌써 오래 전에 해외 진출과 함께 올림픽 등의 국제 행사에서도 공식 후원 업체로 성장을 하였습니다. 절박함을 인지하지 못하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고 맙니다. 

 

 

6. 신발산업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준비해야할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은 SNS의 발달로 어떤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도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물론 부산에는 국내 유일의 신발전공 4년제 전문대학도 있으며,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신발에 관해서도 혼자 공부하여 지식 습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분명히 장단점이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쉽게 지식 확보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누구나에게 공유되어지는 지식이기 때문에 차별적인 전문 지식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장점을 만드는 방법을 신발 이외의 인문, 과학, 경제, 철학, 예술 분야의 지식 습득을 통하여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장래를 위하여 이롭다고 봅니다. 창의적인 사고에 의한 결과물은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모든 지식이 모여서 나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신발 산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확고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최대한 만들어 보길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신발 산업에서의 생활로 경험과 경력이 쌓여가면서 목표와 실천 방법도 같이 진화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보다 높은 목표로 이동하면서 나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를 권합니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쌓아도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도리어 독이 됩니다. 

 

 

7. 신발업계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내 경우를 보면 30년 전에 존재하던 브랜드, 제조 기업들이 지금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의미는 그만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존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이렇게 되면 당연히 여기서 일하고 있는 신발산업 종사자들의 위치도 불안해 집니다. 기업이 안정적이라야 종사자들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가 있는 것이죠. 즉, 기업과 종사자는 한배를 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조언하자면 “내가 주인이다”라고 생각하고 일해 보면 많은 점이 달라집니다. 차후에 독립하여 자기 사업을 하는데도 긍정적인 결과를 줍니다. 일에 대한 자세와 업무 지식의 습득에도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에 의하여 젊은이들이 직접 창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이 장려를 하고 있어서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신발 스타트업 기업도 아주 많습니다. 고무적인 일입니다. 나는 신발 산업의 선배 되는 입장에서 부정적인 말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공하고 싶으면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목숨 걸고 일하라고 말합니다. 실패가 축적되어 성공을 만든다는 말, 믿지 마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합리화하는 말장난입니다. 지나고 나면 성공한 실패와 실패한 실패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후배님들의 건투를 빕니다.